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7일 남측 정부 및 민간 대표단 관계자와의 오찬장에서 “누구든(개인이든 남북관계든 국제사회든) 자신을 깔보면 화가 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찬에 참석한 김민하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18일 김 국방위원장이 오찬장에서 이같이 밝히며 “언어 표현을 조심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김 전 수석부의장의 전언에 따르면 김 국방위원장은 “남북이 서로 교류 협력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용어를 잘못 쓰고 있다”면서 “우리는 남쪽동포나 남쪽형제라고 하면 좋을 것을 남조선 아이들이라고 한다”고 말해, 참석 일행들로부터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면서 김 국방위원장은 “남쪽에서도 양식을 먹고 양주를 먹고 양복을 입으면서 왜 ‘미국놈’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남북이 언어순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국방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김 국방위원장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군축 문제를 꺼내자 “아 그렇지요. 해야죠”라고 했으며, 서해충돌에 대해서는 “(서해) 바다에서 왜 자꾸 싸우느냐”면서 “공동이익을 추구하자”고 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 대해 “젊었을 때부터 봤는데 잘 생긴 얼굴인데 (요즘) 얼굴을 계속 찡그리고 있다”면서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얼굴이 좋은지 모르겠다”고 ‘조크’를 던지기도 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남에서는 폭탄주가 유행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누가 남에 가서 이를 배워와 (북한에) 유행을 시키고 있다”면서 “오늘은 (대표단 일행이) 비행기를 타야 하고 점심이니 다음에 폭탄주를 하자”고도 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남쪽 언론의 북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소개한 데 대해서는 그냥 경청했을 뿐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불멸의 이순신’ 등 남쪽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보고 있다”는 김 국방위원장은 “하지만 (TV드라마 등을 통해 방영되는) 남쪽 젊은이들의 언어가 악센트 차이 등으로 인해 이해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남북 언어 이질화를 막기 위해 한문 공부를 많이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남측 대표단을 위해 마련된 오찬장은 폭소가 연달아 터져 나오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김 국방위원장은 “아, 예 그렇습니다. 그렇지요”라는 말을 연발하는 등 상당히 세련된 매너를 보였다고 김민하 전 수석부의장은 전했다.

특히 김 전 수석부의장은 “(김 국방위원장은) 아주 솔직하고 유머가 넘쳤고 거침이 없었다”면서 “국내외 지도자를 많이 만났는데 김 위원장만큼 가식 없는 지도자는 드물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수석부의장은 “(김 국방위원장의 말에) 속이 시원시원했다”고 했다.

한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 16일 환담에서 “이번 6ㆍ15행사에 대해 남조선 언론들이 너무 잘 써준다. 사실보도는 물론이고 많은 격려 보도를 하고 있다”면서 “남측 언론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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