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4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 비판의 칼날을 세워 북한의 6자회담 참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이 밝혀온 ‘북한은 주권국가’, ‘6자회담 틀내 양자회담 가능’이라는 발언과 관련, 지난 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측과 만나 확인한 후 최종결심을 하겠다고 밝히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신속히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발언으로 화답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중단된 6자회담 재개 분위기가 조성되는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왔다.

더욱이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국 간부와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전화회담을 갖고 6자회담 재개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남한이 북관대첩비 반환과 관련한 남북 문화재 당국 간 대화 제의(5.12) 후 이틀 만에 북한이 당국 간 실무회담 제의로 화답,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외무성 대변인이 이날 라이스 장관이 지난 12일 CNN방송과 대담에서 북한을 ‘무서운 정권’으로 말한 것을 비판하며 “라이스는 분수없는 망발을 통해 그 자신이 말했던 ‘주권국가 인정’이요 뭐요 한 것들이 다 우리 제도전복 기도를 감추고 여론을 기만하기 위한 술책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했을 뿐”이라고 강조, 미국에 대한 비난수위를 높였다.

대변인의 이같은 차가운 반응은 라이스 장관의 ‘무서운 정권’, ‘북한의 기본합의문 파기’ 등의 발언이 조지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 ‘위험한 인물’ 등으로 발언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북 적대정책이 여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주권국가라고 밝힌 지 얼마 안돼 이 발언을 뒤집는 것과 같은 북한체제 비판 발언이 나오자 ‘병주고 약주는 식으로 우롱하고 있다’는 불쾌감을 느낀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변인이 “라이스의 모든 발언은 그가 조ㆍ미 관계의 역사를 모르는 무식쟁이든지 아니면 거짓말만 일삼는 아주 철면피한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격렬한 반응과 함께 “미국의 국무장관이라는 사람이 앞뒤가 다른 말을 이것저것 해대니 우리로서도 혼돈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데서 드러난다.

특히 대변인의 ‘혼돈’ 발언은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라이스 장관의 발언이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폭정의 전초기지’에 대한 사과로 받아들인 듯 한 뉘앙스를 풍긴다.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불망나니 무리와는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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