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지난 4일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최대의 화제는 박만(54)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의 승진 탈락.

사시 21회인 박 지청장은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공안기획관, 서울지검 1차장 등 검찰 내 엘리트 코스를 모두 거치면서,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혀 왔다.

그와 현 정권 실세들의 악연이 승진 탈락에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는 얘기가 검찰 주변에 돌았다.

일부 젊은 검사들은 “거악(巨惡)과 맞서 싸운 검사를 검찰조직이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느 누가 권력 실세를 향해 칼을 뽑아 들겠느냐”고 흥분하기도 했다.

박 지청장은 노무현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을 수사했고, 재독 학자인 송두율의 구속수사를 지휘했다.

박 지청장은 김기춘·김태정·신승남 등 전직 검찰총장 3명을 기소하는 데 관여하기도 했다.

박 지청장이 지난 4일 제출한 사표는 12일 정식 수리됐다. 월간조선 취재진은 지난 13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박 지청장을 만났다.

박 지청장은 “인사권자 측에서 나를 배척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해는 한다”며 “권력에 맞서다가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고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말했다고 월간조선 5월호는 보도했다.

월간조선에 따르면, 박 지청장은 “조직에서 저를 배척했다기보다는…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인사권자 측에서 배척했다는 느낌은 듭니다.

제가 맡아 온 많은 사건들은 법률 사건이자 동시에 정치적인 색깔이 들어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정치적인 색깔이 든 사건의 경우는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런 견해 차이를 인정할 수 없는 인사권자로서는 배척할 수도 있는 것이죠. 나는 이해합니다. 더구나 그 인사권자는 국민이 선택한 분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기소사건 무죄율을 인사에 반영했다’는 법무부 설명에 대해 박 지청장은 “승진 탈락에 대한 뚜렷한 이유가 없으니 이런저런 걸 갖다 붙였겠죠.

기소사건 무죄율을 승진탈락의 이유로 거론한 데 대해 상당히 불쾌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월간조선에 따르면, 박 지청장은 지금까지 맡은 사건 중 가장 어려웠던 사건으로 김대중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 사건을 들었고, 신승남 전 검찰총장과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 등 검찰 내부 인사가 사건에 연루돼 더 힘들었다고 밝혔다.

‘권력에 맞서다가 피해를 봤다는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박 지청장은 “그런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송두율 사건은 그런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대통령이 국회에서 구속을 반대하는 듯한 표현을 했는데 우리는 구속을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그런 의사표현을 듣고도 그랬으니, 당연히 불편해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고 월간조선은 전했다.

또,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에 대해 박 지청장은 “우리 헌법의 기본 이념이 자유민주주의니까, 이것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라 말했다고 기사는 덧붙였다.

기사에 따르면, 박 지청장은 안희정·염동연 수사와 관련 “처음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후에 하자고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최종 대선 후보가 되어서 실기(失機)를 한 거죠”라고 말했다.

박 지청장은 “내가 권력의 반대편에 서고 싶어 선 것도 아니고, 주어진 임무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에는 존경받는 선배가 없는데, 내가 그만두었으니 후배들의 평가가 두렵다”고 말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퇴임 후 서초동에 사무실을 하나 얻겠다”는 박 지청장은 “처신을 조심해야 하고, 말도 조심해야 하고, 사생활은 전부 불편하죠”라며 검사생활의 불편함을 꼽았다.

‘국가가 그 불편함에 대해 보상해 주기 전에 떠나게 돼 섭섭하지 않냐’는 질문에 박 지청장은 “그것은 제 욕심이고, 이 정도 받았으면 많이 받았죠”라 말했다고 월간조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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