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ㆍ외교적 해결을 선호하는 미국의 여론을 이용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대북협상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성인 명지대 북한연구소 연구위원은 23일 오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평화통일시민연대' 주최의 토론회에 참석, "미국 공화당의 온건파를 비롯한 전반적인 미국 여론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는 쪽이 우세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미국의 보수화가 강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라크전으로 빚어진 혼란과 재정적자 문제에서 강경파들이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은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배 연구위원은 이런 여건을 바탕으로 미국이 원하는 대로 6자 회담이 틀을 계속 유지하되 그 안에서 한국이 대북협상을 맡는 역할분담론을 북핵 해법으로 제안했다.

물론 한국이 대북 협상에 나서려면 미국의 우선적 협조가 필요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 보장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충족시켜주지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한국이 사전에 미국과 협의를 거쳐 불가침 선언의 조건을 북한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미국이 한국을 협상 창구로 내세우고 한국을 통하지 않고서는 절대 미국을 설득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납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배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대북 특사를 보내고 남북정상회담을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의 책임있는 당국자를 대북 특사로 하는 남북 특사 회담을 통해 핵문제와 남북정상회담 등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 막후에서 정책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 연구위원은 남북 특사회담 시점에 대해 "북한이 명분을 쌓을 수 있는 약간의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더 이상 늦추기 어렵기 때문에 3월 중순을 전후로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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