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핵 개발 선언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반응은 중국 지도자들이 북한 핵문제를 미국에 대한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두드러진 증거라고 미국의 한 보수인사가 21일 주장했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존 카칙 연구원은 이날 발행된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하면서 중국은 아울러 자신들이 천명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 10일 핵보유 및 6자회담 참가중단을 선언한 후 일주일이 넘도록 중국 외교부는 "상황을 검토중"이라는 수준의 반응만 되풀이하면서 모든 관련국들에 "성실성"과 "인내심"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2년간 6자회담이 아무 진전도 없었다고 지적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자회담을 열고 있다는 자체가 엄청난 진전"이라고 반박했다.

카칙 연구원은 미국 협상 당사자들이 중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않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외교관들도 진짜로 북한측에 대해 당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만 대북 정책을 주도하는 곳은 중국 외교부나 싱크탱크가 아니라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칙 연구원은 이들 대신 중국의 대북 정책을 주도하는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북한의 핵위협을 진심으로 우려해서라기보다는 6자회담을 통해 미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6자회담 유지를 필사적으로 원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으로서는 이미 자칭 핵보유국인 북한에 의해 손해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평양을 방문중인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큰 기대를 거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의 방북기간에 핵문제가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졌는지를 얼버무리고 있다고 카칙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또 사회주의 형제국으로서 중국과 북한은 일차적으로 중국 외교부가 아닌 공산당 차원에서 연계돼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중국 학자들과 직업 외교관들은 사석에서 중국의 대북 정책을 자주 비난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정책은 최고위층으로부터 하향식으로 전달되며 어떤 이탈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언론에서도 북한 문제는 금기가 되고 있으며 북한 문제를 심층 보도하는 언론들은 당장 검열을 받는다. 홍콩의 '개방(開放)' 잡지는 후진타오 (胡錦濤) 당총서기겸 국가주석이 당 선전부에 지난해 9월 북한 정권에 대한 어떤 비판에도 반대한다는 장문의 훈령을 발표할 것을 지시했다고 최근 전했다.

카칙 연구원은 중국과 북한이 막후에서 핵문제관련 정책 조율을 하고 있다며 지난 2003년 4월 3자 회담, 8월 제1차 6자회담, 2004년 2월 제2차 6자회담 전에 양국관리들이 상대국을 방문한 것이 정황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중국이 6자회담에서 성과를 얻는 것보다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하며 이런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해결책 마련의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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