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스大 돈 오버도퍼 교수
"협상 실패땐 北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


돈 오버도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 교수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실패할 경우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연합뉴스 신년인터뷰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의회의 인준을 받고 국무장관이 되면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은 오버도퍼 교수와의 일문일답.

--제2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특히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국무장관이 된 뒤 어떻게 형성될 것으로 보는가.

▲부시 행정부가 2기에 들어서 대북정책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대북정책은 이미 1기에서 변하고 있었다.

즉,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거부하다가 지난 6월 제3차 6자회담에서 미국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과 2시간30분동안 만났다. 만일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역시 같은 형식의 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더 많은 직접대화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라이스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보다 부시 대통령과 더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그녀가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통합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파월은 행정부 내에서 딕 체니 부통령이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라이스는 이제 외교가 그녀의 일이 됐기 때문에 북핵문제를 외교를 통해 풀려고 할 것으로 본다. 그녀는 외교적 해법을 결정한다면 부시를 설득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일을 파월보다 어렵지 않게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많은 부분이 북한에 달려있다. 북한이 영변의 5㎿ 원자로에서 연료봉을 꺼내서 재처리하려 한다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거나, 지하 핵실험을 한다거나 해서 어떤 큰 문제를 새로 만들어낸다면 문제가 더 복잡하게 될 것이고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한 외교를 변화시킬 것이다.

--당신은 언젠가 한반도에 '퍼펙트 스톰(절대폭풍)'이 몰아닥칠 것을 우려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직도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잘 모르겠다. 2002년 8월 우라늄 문제가 불거진 이후 지난 1년여간 미국, 북한, 중국의 3자회담이 열리고, 2003년 8월, 2004년 2월, 2004년 6월에 6자회담이 열렸다. 국제사회는 6자회담이라는 북한 핵문제를 다루기 시작할 방법을 발견했으나 지금까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다양한 제안이 각 참가국에 의해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나는 북한이 (핵포기) 용의가 있고 또 미국과 다른 참가국들이 함께 현실적인 제안을 만들 용의가 있다면 그들이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일부는 이것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나는 이것이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북한은 정말 핵무기 소유 의도가 있는가. 아니면 경제지원을 받기 위한 전략인가.

▲그들은 정말 핵무기 보유를 원한다. 그들은 한국전쟁 후 핵무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김일성은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하자 마오쩌둥(毛澤東)에게 핵무기 제조의 기밀을 가르쳐달라고 요청했으나 중국측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그들은 상황에 따라 그것을 포기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에 받을 처벌과 그것을 포기할 때 받을 보상을 저울질해서 그같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예컨대 지난 1994년에는 북한이 그것을 포기하기로 합의했었다.

김일성은 그것을 포기하는데 동의했다. 그는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었고 포기하면 경수로 지원을 얻는 등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었다. 당근과 채찍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유인책과 (북한의) 이익을 저해하는 요소들의 조합으로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나는 그것을 낙관하지는 않지만 가능하다고 본다.

나의 견해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다. 협상 시작 시점에 이것이 가능하지는 않지만 협상과정의 어느 시점에서 협상이 성공적이라면 미국이나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의 정상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담판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김정일과 개인적으로 접촉했던 사람들이다. 이것은 지난 1994년 김일성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핵위기를 해결한 방식이기도 하다.

--한국정부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 어떻게 하라고 조언을 해 준 적이 없다. 또 조언을 한다고 해도 그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6자회담의 지붕 아래서 견실하고 진지한 협상이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사실은 한번에 6건의 다른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이 한국과 함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중국이 한국, 일본, 러시아 등의 도움으로 진지한 협상과정이 나올 맥락을 창출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면 우리는 북한이 정말 핵무기를 궁극에는 포기할 용의가 있는 지를 시험해볼 수 있다. 또 한미간에 좋은 의사소통이 있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라크 안정화 작업에 너무 바쁘기 때문에 북한에 채찍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라크가 안정화되면 그때 강경책으로 평양을 압박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이 이라크 안정화 작업을 이루는 것은 매우 오래, 오래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이라크에서 곧 극적인 진전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대량 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같은 것으로 핵물질 확산을 차단하고 위조지폐를 근절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동과 이라크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이 지역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북한 핵문제를 무시할 수 없고, 무시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이라크가 안정화된다고 해도 북한에 강경책을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

▲군사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경제적인 압력은 있을 것이다. 또 중국 등을 통한 정치적인 압력도 병행할 것이다. 어느 정도로 한국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새로운 군사적 문제를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또 다른 군사적인 행동을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인가.

▲만일 그가 군사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면 그는 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은 이라크 사태가 계속되고 있어도 북한을 폭격하는 등 군사적인 힘을 보여줄 능력이 있다. 그러나 미 정부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최근 주한미군을 북한 억지 외에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대테러전과 이라크상황이 한미동맹과 동북아 정치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는가.

▲미국은 최근 한국의 비무장지대(DMZ) 근처에서 병력을 남쪽으로 이동시키고, 용산기지를 이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시작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양국 정부가 오랜 과정을 거쳐 지금은 서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발전이다.

만일 미국이 주한미군을 북한 억지 외에 다른 일에 사용한다면 아직은 한국정부와 한국민이 그것을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주일미군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대규모 병력을 빼내 다른 지역에 배치하는 등 들락거리는 것은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다.

--미국은 최근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북한은 이것을 자기들의 체제를 파괴하기 위한 법이라고 비난했다. 이 법이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잘 모르겠다. 이 법은 금방 통과됐고 시행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정치적 요소는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과거에 비해 더 의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 의회가 이에 호응했다. 부시 정부는 매우 주의깊게 이 법을 시행할 것으로 본다. 부시는 북한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미국은 행정부가 이 법을 이용해 한반도에서 논란을 야기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미국은 북핵문제를 전체적인 북한문제의 일부로 보고있으며, 핵문제를 해결하듯이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시각이 있다. 어떻게 보는가.

▲그렇게는 보지 않는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인권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이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는가. 한국정부는 매우 민주적 정부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북한 인권문제가 잊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북핵 6자회담이 동북아 안보협의체로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은 6자회담이 성공하던가, 아니면 성공을 이루는 쪽으로 갈 데까지 간 시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 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 중국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문제다.

--북한이 어느 시점에서 미국이나 세계에 의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가능한 얘기인가.

▲어떤 것도 가능하다. 지금은 안되겠지만, 6자회담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 용납하거나 승인한다는 의미로는 핵보유국 인정이 되지 않겠지만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은 될 것이다.

6자회담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 대안이 무엇이겠는가. 군사적인 대안이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에 (강제로) 들어가서 모든 핵물질을 뒤지는 것은 실질적인 대안이 아니다. 누구도 그런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6자회담이 실패하면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사진/동영상 있음)

<돈 오버도퍼 교수 약력> ▲ 미국 워싱턴 소재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의 오버도퍼(73) 교수는 '두개의 한국: 현대사'라는 저서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출신인 그는 1952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한국에 파견돼 중위로 근무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지금까지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거의 모든 역대 한국 대통령들과 인터뷰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미국내에서 한반도문제에 정통한 권위자가 됐다.

그는 전역 후 워싱턴 포스트에서 25년간 근무한 것을 포함해 모두 38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국제관계를 주로 담당했다. 그는 1955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샬럿 옵서버라는 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토요 이브닝 포스트'라는 잡지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1968년 워싱턴 포스트로 옮긴 뒤 닉슨 대통령 당시 백악관을 출입했고 도쿄 특파원 등을 역임했다. 그는 외교 전문기자로 17년간 일한 뒤 1993년 기자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했다.

그는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에서 연구생활을 계속하면서 1997년 '두개의 한국: 현대사'라는 제목의 책을 저술했고, 이 책의 일본어판은 제10차 연례 아시아태평양 우수도서상을 받았다. 그는 이밖에 국제보도 분야에서 조지타운대의 연례 에드워드 와인털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그는 특히 김일성 사후 6개월이 지난 1995년 1월 중순에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대사 등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데 이어 제2차 북핵위기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 2002년 11월초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와 함께 북한을 방문해 주목을 받았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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