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등 ‘불량국가’들의 잠재적인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 미사일방위(NMD)체제 구축이 기로에 봉착했다. 러시아,중국,유럽국가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선데다 미국내에서도 비판론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NMD 문제가 부시와 고어간의 논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클린턴 대통령은 오는 초가을까지 NMD 구축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추진 계획

미 국방부는 오는 2005년 요격미사일 20기를 알래스카에 배치하고 2년 이내에 100기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NMD는 우주의 조기경보 위성과 지상의 조기경보 레이더가 북한 등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지해내면, 지상 기지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미국 본토에 닿기 전에 공격 미사일을 격추시킨다는 내용이 그 골자다(그림 참조). 상·하원은 작년 이같은 NMD 추진법안을 가결시켰었다.

◆미국내 비판론

우선 북한 등의 미사일 공격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이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9일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이 미국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국의 군사력에 의해 초토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아는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이 비합리적이거나 자살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는 가정에 대해 비판론이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리트와크 전 국가안보회의(NSC) 핵비확산 정책국장은 최근 저서에서 “미 행정부가 불량국가라는 용어로 북한 등 일부 국가들을 악(악)으로 치부, 정책결정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상당수 군사전문가들은 또 기술적인 차원에서 NMD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국방부의 한 비밀 보고서는 NMD보다는 북한으로부터 100마일 떨어져 있는 바다에 요격 미사일 시스템을 구축한 함정을 상시 파견하는 것이 군사전략상 우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른 국가들의 입장

러시아, 중국, 유럽국가들은 이같은 미국의 미사일 방위체제가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뿐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 국가 지도자들은 29일부터 유럽과 러시아를 순방하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NMD를 포기할 것을 주문할 예정이다.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최근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의 NMD체제는 나토에 수준이 상이한 2개의 안보체제가 존재하게 만드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음달 4~5일로 예정된 클린턴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NMD 구축을 위해 지난 72년 미·러간에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후보간 논쟁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후보는 미국을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NMD만으로는 부족하며, 해상 미사일 방위체제와 우주 미사일 방위체제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최근 주장했다. 부시는 특히 러시아와의 ABM 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미사일 방위체제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이에 대해 “부시의 정책은 각국간의 군비경쟁을 촉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한 뒤 “NMD 구축을 위한 클린턴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중기자 midway@chosun.com

미국 미사일방위체제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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