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북한 개성공단내 리빙아트 공장에서 열린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기념식’ 직후 정동영 통일부 장관(왼쪽 첫 번째) 등 참석자들이 처음 생산된 그릇세트를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개성공단=공동사진취재단

‘메이드 인 개성’ 제품이 15일 개성공단 현지에서 처음으로 생산됐다. 지난 2000년8월 현대아산과 북측의 합의로 시작된 개성공단의 본격 가동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품 생산식을 “남북경협의 진정한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손으로 공단을 짓고, 직접 제품까지 생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란 점에서 의미는 적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산업계에서도 안팎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새 탈출구 역할을 선사했다’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이제 시작일 뿐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불편한 통행·통신, 북핵문제, 판로확보와 원산지 표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 ‘개성산(産)’ 제품 서울서 첫선 =이날 오전 북한 개성 내 주방용품 제조업체인 리빙아트 공장에서 첫 제품이 나왔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3종류의 냄비였다.

기계에서 나와 북쪽 근로자의 포장으로 완성된 제품은 현대아산과 리빙아트가 초청한 주부 10여명에게 건네졌다. 1000세트의 냄비 포장박스에는 ‘개성공업지구’란 생산지가 선명하게 표시됐다.

이후 8t트럭에 실린 냄비는 오후 2시쯤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반출됐고, 오후 5시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도착해 8층 특설매장에서 일반인에게 판매됐다. 제품 도착 전부터 10여명의 고객이 몰려들어 ‘메이드 인 개성’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리빙아트의 제품 생산으로 공단 가동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시범단지에는 15개 입주기업 중 리빙아트 외에 신원, 에스제이텍, 삼덕통상 등 8개 업체가 공장 건설에 들어갔으며, 신원, 에스제이텍, 삼덕통상 등은 연내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 진정한 남북경협의 신호탄 =이번 제품 생산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의 진일보라고 환영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경제연구센터 김영윤 소장은 “(북핵문제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남북 모두 개성공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쟁력 상실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탈출구가 마련된 것이라며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경만 팀장은 “공단이 성공하면 굳이 중소기업이 동남아나 중국으로 빠져나갈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에 대해 몇 가지 보완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판로확보와 특혜관세를 받기 위해서는 ‘메이드 인 개성’ 제품을 국내산과 동일하게 취급받도록 하는 게 절실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로만손 장호선 팀장은 “노무비 절감 효과가 크긴 하지만 물류비나 재료비는 오히려 더 들 수 있다”면서 “수출기업이 많은 만큼 원산지 표시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편한 통행·통신도 문제점이다. 통일연구원 김영윤 소장은 “기업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통행과 통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군사분계선을 지날 때 프리패스 제도나 전자감응장치 등을 도입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장기적으로 개성공단을 활성화시키려면 외국기업과 대기업의 유치도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2, 3단계 개발에서 이들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메리트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유하룡기자 you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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