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발생한 강원도 철원군 최전방 3중 철책선 절단 사건에 대해 유엔군사령부의 부참모장이 “절단 부위가 매우 정교해 전문가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민간인의 서툰 솜씨로 판단된다”는 합참의 당초 발표와는 딴판이다.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유엔사는 “신중하게 계획된 소행이라는 것이지 월경한 사람의 신분을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비(非)전문가의 소행이라는 우리 군의 입장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애초부터 합참의 설명에는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남쪽 첫번째 철책선의 절단된 매듭만 35곳이다. 20~30분 간격으로 이뤄지는 초병들의 순찰을 피해 민간인이 3중의 철책선을 자르고 월북했을 것이라는 군의 추정은 아무래도 믿기 어렵다.

민간인이라면 중국을 거치거나 금강산관광 등을 통해 얼마든지 월북이 가능하다. 굳이 목숨을 걸고 지뢰밭을 건너 군사분계선을 넘었겠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합참이 사건 당일 불과 10여시간의 조사 끝에 ‘민간인 월북’으로 결론짓고 비상경계태세를 풀어버린 점이다.

북한측에서 민간인 월북을 선전이라도 해서 전후관계가 밝혀졌다면 또 모른다. 사건의 성격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군은 조사를 마무리짓고 관계자 문책도 끝내버렸다. 구태여 언론의 현장접근을 막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수십만의 젊은이들이 철책선을 지키며 적의 도발을 막는 데 청춘을 투자하고 있다. 국가 안보가 그렇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최전방 철책선에 구멍이 뻥 뚫렸는데도 군은 문제를 축소시켜 사건의 파장을 줄이려고만 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비치고 있다.

휴전선을 함께 지키는 동맹관계인 한·미 두 나라 군 사이에서 이렇게 서로 다른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국민이 마음을 놓기 어려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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