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어제 국가보안법에 대해 네 가지 대안(代案)을 발표했다. 1~3안은 국보법을 폐지하고 형법의 내란죄와 외환(外患)죄 규정을 일부 보완하자는 것이고, 4안은 국보법 대신 ‘국가안전보장 특별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어떻게 해서든 법전(法典)에서 ‘국가보안법’이란 단어를 지우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정부 참칭(僭稱)조항과 ‘반국가단체’ 조문을 폐지하고 고무·찬양죄와 불고지죄를 삭제하자는 주장은 일종의 장식용이다. 국보법 폐지와 반국가단체 삭제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북한으로서는 흡족할 내용이긴 하다.

그러나 형법을 개정해 북한 찬양 행위를 “내란 선전·선동죄로 처벌하면 된다”는 것은 확대 해석 시비를 불러와 형법 전체를 악법(惡法)으로 만들 수도 있다.

‘반국가단체’를 ‘국헌문란단체’로 바꾸고 찬양·고무죄의 처벌을 조금 어렵게 만들면서 불고지죄는 삭제하자는 대체입법안의 내용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국헌 문란’은 헌법이나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고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하거나 기능행사를 정지시키는 행위다.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거나 국가 변란을 도모하는 반국가단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설령 국보법과 똑같이 처벌할 수 있다는 여당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국가보안법’을 폐기할 이유도 없어지는 셈이다.

국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의혹을 갖는 것은, 이 정권이 “국보법을 없애야 문명 국가로 간다”거나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거나 “맹장의 꼬리처럼 달린 국보법은 국가안보와 상관없는 법”이라는 막말을 해대면서까지 국보법 폐지에 목을 매는 배경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여당의 네 가지 안을 다 합해 봐야 지지하는 국민은 30% 정도다.

이 정권이 방송을 머슴처럼 부리고 친정부 매체를 나팔수로 동원해 국보법 폐지의 말잔치를 그렇게 벌여왔는데도 70%의 국민은 국보법 유지 입장을 지키고 있는 것을 이 정권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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