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분단과 냉전의 상징이 된 비무장지대(DMZ)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문제를 놓고 남한의 전문가들과 북한 당국이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양측의 시각차는 지난 6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국제위원회에서 ’한국의 비무장지대: 그 유산적 가치와 보존방안’주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확인됐다.

이날 국내외 학자들은 DMZ를 냉전의 ’반면교사’로 삼아 유네스코(UNESCO)가 정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할 가치가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냉전의 산물로서 50년 이상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는 DMZ는 세계인들에게 이데올로기 대립이 몰고 온 고통을 보여주고 교훈으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견해였다.

일부 학자들은 여기에 더해 DMZ에는 인간의 간섭이 최소화돼 자연 생태계로서가치도 크다면서 자연유산 또는 혼합유산(문화+자연유산)으로 등록할 준비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북한은 이런 남한 학계의 움직임에 대해 곧바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선중앙방송은 “비무장지대는 나라의 통일과 민족공동의 발전을 가로막고 북남대결과 군사적 충돌만을 초래하는 저주로운 민족분열의 상징”이라며 하루 빨리 없애버려야 할 유산이라고 지적했다.

중앙방송은 원시 생태계로서 가치에 대해서도 “비무장지대는 이미 생태환경이가장 혹심하게 파괴된 지역”이라면서 남한 당국의 콘크리트 장벽, 유독성 화학물질고엽제의 대량살포, 비무장지대 부근 군사훈련 등을 그 원인으로 제시했다.

세계문화유산 등록 시도는 DMZ를 관광 상품화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해 민족분열을 영구화하려는 책동이라는 주장은 이후 북한 언론매체에서 연일 반복됐다.

10일 이융조 ICOMOS 한국위원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통일을 대비해 DMZ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남과 북이 의견을 조율하고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며 남북의 학자들이 실무접촉을 갖고 공동으로 자료를 수집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김귀곤 서울대 교수는 남북이 공동으로 보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지만남한이 독자적으로 자료 수집에 들어갈 수도 있다며 북한 학자들도 충분히 공동연구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민족의 분열을 영구화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인시키겠다는 반통일적 행위이자 세계 면전에서 민족의 존엄을 팔아먹고 망신시키는 상식 이하의 망동”이라고 못박아 의견 접근의 가능성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황기원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이에 대해 아직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어떠한 공식적인 절차도 시작되지 않았다며, DMZ보존과 문화유산등재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의도가 강하고 향후 남ㆍ북 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함광복 강원도민일보 논설위원도 “남과 북이 의견은 다르지만 DMZ에 관해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고무적”이라며 양측이 우선 냉전구도에서 탈피하는 것이중요하다고 말했다.

DMZ의 보존 또는 해체에 대해 남과 북이 공통의 관점과 협력방안을 마련할 수있을지 주목된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