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 외교안보분야 총괄조정역을 맡고 있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8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꼬일 대로 꼬여있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故) 김일성 주석의 10주기 조문 불허, 탈북자 대규모 입국, 국내 일부 과학자들의 핵물질 실험, 미 의회의 북한인권법안 처리 등에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북핵 6자회담과 남북 당국간 회담 등이 하염없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장기표류 국면이 조기에 풀릴 전망이 별로 없는데다, 북한을 돌려 세울 만한 뾰족한 카드도 없다는 점이 정 장관에게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이에 정 장관은 조급하기 보다는 긴 호흡으로 가져 가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북핵문제와 오는 11월 2일 미 대통령선거 등 한반도 주변 환경에서 비롯된 구조적 측면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당분간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각종 법률 및 조직 정비와 남북협력기금 확충 등 국내적인 기반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현재 꼬여 있는 남북관계를 제외하면 정 장관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100일간의 적응기를 마쳤다는 게 통일부 내의 대체적인 평가다.

취임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개성공단 전략물자 반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소 미국으로 날아간 데 이어, 핵물질 실험의혹이 분분하자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평화적 핵이용에 관한 4대원칙'을 전격 발표하는 등 기민성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한반도 안보공백을 감안해 주한미군의 감축시기를 늦추는데도 절대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 롤리스 미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정동영 장관이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만나 설득력있는 발언을 했다"며 "정 장관은 미국에 한해동안 무려 4가지 공헌을 했다면서 미국측도 감축연기협상에 협력할 것을 요구했고 그의 말은 매우 설득력 있었고 그 이후 협상이 가속이 붙어 1주일만에 대강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정동영 장관은 "장관으로서 정치인이라는 것을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마지막 공직생활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며 "이제 적극적인 자세로 다양한 과제와 숙제에 부딪쳐 나가겠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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