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 상원의 북한인권법안이 통과된 것을 예상된 수순이라고 말하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두 축으로 하고 있는데 인권법안까지 통과됨에 따라 '양면 압박'이 가능하게 됐으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 분명해 당분간 6자회담 등 대북관계가 경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우영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29일 "북한으로서는 인권법안이 정권의 붕괴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고 대화의 창을 닫을까 우려된다"며 "한반도 정세는 미국 대선 전까지 경색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북한은 법안이 명백한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며 6자회담 지연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북핵 문제는 공회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ㆍ미 양측이 적대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법안이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없다"며 "미국은 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핵문제해결을 추구하고, 북한은 이를 체제전복을 위한 시도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안에는 인권보호와 함께 법의 지배,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확산 등의 표현까지 담고 있어 북한 정권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함의가 크다는 설명이다.

백 연구위원은 이어 "북ㆍ미 간 긴장과 적대시 정책이 심화됨에 따라 6자회담 재개가 더욱 불투명해졌다"며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해외미군재배치계획(GPR) 등에 더해 북한의 인권문제까지 제기함에 따라 최악의 상황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핵보유 선언까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북관계나 경제협력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의 인권법안 통과와 남북경협을 연관짓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은 핵 또는 인권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압박과 관계없이 남북교류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북한은 지난 7월 인권법안의 미 하원 통과와 탈북자 대거입국 시점이 맞물린 이후 대북 인권관련 한ㆍ미 공조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법안의 상원 통과로 남ㆍ북 당국자 사이의 대화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남북경협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또 북한 인권법안이 시행되면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가 이슈화하면서 대북 압박이 가시화되는 등 좀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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