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씨 `속도조절론' 눈길

그동안 주로 보수적인 사회 원로를 면담했던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20일 조정래(趙廷來), 고 은(高 銀) 등 진보적인 문화계 인사들과 만나 국보법 폐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국보법 폐지를 한목소리로 주장했고, "국보법 하나만 폐지해도 반세기 숙제를 해결하는 것"(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이며 "술이 아주 쉬어버리면 초가된다"(소설가 최일남)며 조속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고은 시인은 "사상.표현의 자유는 문학인에게 있어 공기와 같은 것"이라며 "국보법은 지금까지 충분했던 만큼 새로운 시대는 국보법 폐지를 통해 갈 수 있다"며 국보법 폐지에 찬성한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적당히 넘어가면 안된다"면서 "지금 적당히 넘어가면 국보법 폐지는 우리에게 요원할지도 모른다"며 당론관철을 거듭 주문했다.

백낙청(白樂晴) 서울대 명예교수도 "국보법 하나만 폐지해도 반세기 숙제를 해결하는 것"며 "국보법 폐지는 시대의 흐름이고, 가장 선명한 과제이니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소설 `태백산맥'의 이적성 여부를 놓고 검찰수사까지 받았던 소설가 조정래씨는 "국보법은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는게 나의 입장"이라고 전제한뒤 "국보법에 대한 왜곡된 반대여론이 조장되고 국민들이 공감을 덜한 부분도 있는것 같고, 야당이 역으로 공격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측면에 처해있는 국민들을 이해하면서 함께 나아갔으면 한다"며 `속도조절론'을 주장했다.

조정래씨는 그러나 "친일진상규명문제에 대해서는 지난번 모금을 했을때 짧은 시간에 5억원이 모금되는 등 일반 시민들이 훨씬 적극적"이라며 "친일진상문제는 국민들이 훨씬 잘 해낼수 있는 만큼 지금은 국보법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일남(崔一男)씨도 "국보법 폐지가 아주 중요함에도 국보법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 많지 않다"면서 "법리적 접근보다 국보법이 얼마나 많은 인권탄압을 해왔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는지 실증사례별로 국민들에게 알려나가야 한다"며 전략적인 충고를 하기도 했다.

백낙청 교수는 이의장이 국보법상 정부참칭조항을 없앨수 있다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발언을 소개하자 "대체입법할때 잘 검토해 독소조항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고 쐐기를 박았고, 시인 신경림씨도 "지금 못하면 어렵다"고 국보법 폐지론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추석전에 통과시키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알려나가고 모르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답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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