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남북 간 청산결제 협의차 방북한 수출입은행 직원들은 합의문을 작성하는 데 애를 먹었다. 같은 한글인데도 남한말과 북한말이 달라 ‘번역’ 없이는 뜻을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양측 실무단은 어느 쪽 용어로 합의문을 작성할지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고심 끝에 결국 각자 고유 용어로 합의문을 한 부씩 만들고, 문서 말미에 ‘용어 대비표’를 첨부해 혼동을 막기로 했다.

개성공단 단지 입주 시작 등 대북 경제협력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남북 간 경제 용어가 달라 경제 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남북 경제용어 대비표
남한 북한
선하증권 배짐증권
은행계좌 은행돈자리
코레스협정 대리업무협정
이자 리자
용역거래의 대금 봉사대금
상업송장 계산서
미달러화 미딸라
입금(대기) 대방기장
올 초 북한 개성을 방문한 수출입은행 천헌철 부부장은 북측 실무자가 ‘배짐증권’을 언급했지만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그게 뭐냐’는 천 부부장 질문에 북측 인사는 ‘그런 것도 모르다니’란 눈빛을 했다. 그러다 ‘영어로 Bill of lading(B/L) 아니냐’는 말에 ‘아하! 선하증권’이라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남북한 간에 달리 쓰이는 경제 용어는 적어도 50개가 넘는다. 지난달 남북 청산결제 관련 실무단이 작성한 ‘용어 대비표’에 따르면, 계좌(돈자리), 어음(수형), 수표(행표), 코레스협정(대리업무협정), 차기(차방기장), 용역거래의 대금(봉사대금), 청산결제한도(층적거래금액), 용역거래의 대금(봉사대금), 상업송장(계산서), 미달러화(미딸라) 등으로 남북이 서로 표현이 달랐다.

서울대 언어학과 권재일 교수는 “국토 통일을 앞당기려면 정부 차원에서 남북 언어 동질화를 위해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경은기자 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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