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국 중국으로 보내 주세요.”

북한 용천 열차폭발 사고는 북한 주민들에게 큰 재앙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신의주 일대 화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계기도 되고 있다.

용천 화교들은 이번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발표됐지만 경상자와 재산을 모두 날려버린 화교들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교들은 특히 재화를 집에 쌓아두는 습관이 있어 이번 사고로 십여만위안(약 1500만~3000만원)의 재산을 불길 속에 날려버린 사람도 있다.

북한에서 출생한 뒤 단둥(丹東)으로 건너와 요식업에 종사하는 북한 화교 이(李)모씨는 6일 용천에 있는 자신의 친척도 이번 사고로 5만위안(약 750만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현재 신의주와 용천 일대에 거주하는 화교는 2000여명으로 북한 내 전체 화교(5400여명)의 약 37%를 점하고 있다.

당초 생활고를 면하기 위해 북한으로 건너간 중국인들의 후예인 이들은 요즘 북한의 경제난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처럼 극도로 궁핍한 생활을 해왔다. 여기다 용천 사고까지 겹치자 이들은 조국으로 건너갈 길을 백방으로 모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귀국 화교들에게 본인 또는 자녀의 대입시 때 가산점 10점을 부여하고, 중국 직장에서 30년 근무 후 퇴직하면 퇴직 전의 임금을 그대로 지급하는 혜택을 제공하지만 중국에서 취직길이 막막한 화교들은 귀국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단둥에서 잡화상을 하고 있는 북한 화교 조(趙)모씨는 “조건만 맞으면 화교들은 중국으로 돌아오고 싶어하지만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고 광저우(廣州)의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 1980년대부터 단둥으로 건너오기 시작한 약 8000명의 북한 화교들은 대부분 신의주 일대에 남겨둔 가족들과 연계해 국경 무역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북한과 중국 당국이 장기체류를 허용치 않아 400~500명이 불법체류를 하고 있다.

북한은 친척 방문이나 여행, 유학 등 목적으로 중국으로 건너간 화교 중 귀환 시한을 2년 이상 넘긴 사람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호적을 말소하고 있다.
/ 베이징=여시동특파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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