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끝내 아들과 상봉하지 못하고 평양을 떠나게 된 김유감(76) 할머니는 작별상봉을 나온 두 딸의 위로를 받았다.

딸들은 '우리 사는 것 근심하지 말고...오빠(김수남)도 잘 있어요'라고 했고 김 할머니도 '아들을 못 봐 너무도 서운했지만 이제 마음이 진정된다'며 딸들과 밝은 모습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김 할머니는 아들을 위해 서울에서 산 파카 점퍼를 큰 딸에게 입혀주며 건강을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0...평양에 남겨둔 유일한 혈육인 큰 딸과 작별인사를 한 김옥규(85)할아버지는 헤어짐에 아쉬운 눈물을 보이는 딸 복희(57)씨의 등을 두드리며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딸 복희씨는 '서울에 있는 어머니, 오빠들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며 아버지 손을 꼭 잡았다.

김 할아버지는 '이제 어디로 가냐'며 딸의 손을 놓지 못했다.

0...나봉오(72) 할머니는 작별상봉을 나온 남동생, 여동생들을 부둥켜 안고 기약없는 헤어짐의 눈물을 흘렸다.

나 할머니는 남동생에게 모자를 선물하며 씌워주고 가방에서 즉석 사진을 꺼내 동생들에게 한장한장 나눠주기도.

작별상봉을 시작한 고려호텔 1층 로비에는 2차 상봉때와 달리 눈물을 아끼며 차분한 가운데 30분 가량 석별의 정을 나눴다.

0...동생 5명을 만난 이용삼(68) 할아버지는 마지막 환송 상봉에서 동생들과 일일이 기념사진을 찍고 마지막 기념품을 나눠줬다.

이 할아버지는 '주소가 확인됐으니 이제 편지교환을 하는 일만 남았다'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0...딸 성경희씨를 만난 이후덕(77) 할머니는 '너를 두고 어떻게 가냐'며 딸을 부여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 할머니와 성씨는 서로 얼굴을 쓰다듬으며 귀엣말을 나누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오랜만에 만나니까 할 말이 많아서 그런지 우리 딸이 수다쟁이가 됐다'며 작별을 아쉬워했다.

0...3차 상봉에서 유일하게 어머니를 만난 이후성(84)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아파 오늘 못 만났다'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이 할아버지는 환송 상봉에 나온 아내와 아들, 동생에게 '나는 건강하니 자식들 잘 키우라'고 부탁했다.

이 할아버지는 중풍으로 상봉 기간 내내 휠체어를 탔다. 이 할아버지는 상봉이 끝난 허전함 때문인지 계속 통증을 호소했다.

0...국군포로 손원호(75)씨를 다시 만난 남측의 동생 준호(67)씨는 형의 손을 꼭 잡은 채 차분히 자신과 남의 가족이 살아온 얘기를 다시 전해주는 것으로 이별의 아픔을 달랬다.

동생은 탁자 위에 손으로 이름까지 써가며 형에게 자신을 꼭 기억해주길 희망했다./평양=공동취재단

0...이기천(76)씨는 50년만에 만난 아내 림보미(71)씨와 두 딸에게 주소를 써주며 '꼭 연락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북의 가족들도 '이제 편지교환이 된다'는 안내원의 말에 아버지에게 북의 주소를 전했다.

지난 26일 상봉 첫날 '아버지라니까 아버지인 줄 알지 사실 잘 모르겠다'며 어색해 하던 두 딸은 만난 지 3일만에 정이 깊이 든 듯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도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손수건에 파묻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0...김병순(79)씨는 두 딸의 손을 꼭 잡은 채 '언제 다시 만나나'라며 서럽게 울었다. 두딸 정옥(54)ㆍ영옥(52)씨는 '또 만나야지. 울지마세요 아버지', '아버지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 통일이 되는 날 만날 수 있어'라고 김씨를 달랬다.

0...북의 최연심(71.여)씨는 50년만에 만난 남편 이종한(78)씨의 팔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

아들 창수(50)씨는 아버지의 두 손을 꼭 잡은 채 '아버지, 곧 통일이 되면 만날 수 있습니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우는 아내의 등을 두드리며 연방 담배만 피워댔다.

0...이덕환(77)씨는 북의 세 조카에게 밤새 적은 편지를 전해주며 재회를 기약했다.

0...장조카 이충원씨를 만난 이경복(73)씨는 남북 가족들의 인적사항과 부모님 기일 등을 교환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경복씨는 '북측 가족들이 생각보다 많아 기쁘다'며 '혹시 물어보지 못한 게 있는지 기억을 쥐어짜고 있다'고 말했다.

장조카 이씨도 '남측 가족들 소식을 적어뒀다가 자식들한테 꼭 전해주겠다'고 말했다.

0...누나는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 유일하게 살아있는 동생 박성제(68)씨를 50년만에 만난 남측의 박정산(77) 할머니는 '건강해, 건강해야 또 만나지'라며 동생의 손을 놓지 않았다.

애써 눈물을 참으려던 동생은 이별의 아픔을 오래 간직하고 싶지 않은 듯 자꾸 누나의 등을 떼밀었다.

그러나 결국 동생도 울컥해진 마음을 겉으로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버스에 타고 난 뒤에도 박 할머니는 창문을 계속 두드리며 동생의 이름을 불렀고 동생은 격한 감정을 참지 못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0...울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던 변순례(66)씨는 떠나는 오빠 승우(70)씨 등을 껴안았다. 조카 학식(60)씨도 승우씨의 주변만 맴돌더니 혈육의 정을 떼는 것이 아쉬워 `삼촌'을 부르며 달려들었다.

변씨는 '만남의 기쁨보다 헤어짐의 아픔이 너무 크다'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