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권대열기자】 일본 아사히(조일) 신문은 11일자 ‘남북한, 역사적 회담에 기대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상회담이 냉전붕괴 뒤의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을 희망했다.

아사히는 사설에서, 2차대전후 분단돼 첨예하게 대립해온 남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최초로 만나 회담하게 됐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사설은 ‘전격적인 합의 발표에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한반도 긴장완화의 징조로서 환영한다’고 적었다.

냉전붕괴뒤인 오늘날도 한반도에서는 냉전구도가 남아 있는, 세계의 불안정 요소의 하나다. 남북 정상회담을 적대적 관계의 해빙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따라서 정상회담은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후 북한에 대해 ‘태양정책’을 제시했다. 통일뒤의 독일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현실을 참고해 한국에서는 ‘흡수통일’ 주장이 시들해진 것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북한도 태양정책은 북한을 붕괴·흡수시키려는 책략이라며 경계했다. 한국에서도 이 정책이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았다.

이번 김정일 총비서의 정상회담 수용은 대남방침의 전환임과 더불어, 태양정책이 거둔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방침전환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북한을 둘러싼 국제환경 변화와, 경제건설이 절실하다는 것이 배경이란 견해가 타당할 것이다. 김정일 체제가 안정을 찾아 대외정책에 여유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다.

기아상태는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한 예산을 보면 경제재건을 둘러싼 북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북한 TV가 정상회담 합의를 국민에게 속보로 전달한 사실에서 북한의 변화가 ‘현실’이란 인상을 준다. 김대중 대통령이 먼저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도 현 남북관계에서 볼 때 현실적 선택이다.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택한’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회담까지 앞으로 2개월.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면 낙관만 할 수는 없다. 남북 당국이 자제하면서 신중하게 준비할 것을 바란다.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와 이해관계가 밀접한 국가들도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측면에서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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