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사건에 이어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2일 열린 속행공판에서 “왜 이렇게 저를 힘들게 하는지 원망스럽다”며 울먹였다.

박 전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주흥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공판에서 “CD(양도성예금증서) 150억원 이야기가 왜 나왔고 무슨 이유로 고 정몽헌회장과 이익치.김영완씨가 나를 끌어들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피고인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음모인데 왜 이익치.김영완씨가 그처럼 주장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 전실장은 “분명히 단돈 1원도 받지 않았으며 구속후 7개월동안 골똘히 생각해봤지만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실장은 “이익치씨가 현대증권 회장직에서 물러났을 때 김영완씨가 찾아와‘이익치 회장을 복귀시켜야 현대가 빨리 정상화된다’고 말했던 것으로 봐서 두 사람이 상당히 친했던 것 같다”며 배달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변호인들도 “북에 송금한 5억달러는 당초 현대가 주기로 했던 돈인데 이익치씨가 1억달러를 정부에 분담시키기로 하고 대가로 150억원을 받아챙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언론사 간부들과 자주 회식을 했다는데 돈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느냐”고 묻자 박 전실장은 “자주는 아니고 느지막이 술자리에 간 적은 몇번 있다”며 “식사는 김영완씨나 기업 사주들이 동석해 계산했기 때문에 경비가 힘들다고 느낀 일은 없다”고 답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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