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 평양 고려호텔 2028호실 문 앞에서는 잠시 긴장감이 흘렀다.

가슴에 `국기훈장 1급' 등 8개의 훈장을 단 국군포로 손원호(75.함북 회령)씨가 남에서 올라온 동생 준호(67.경북 경주시)씨를 개별 상봉하기 위해 찾아왔으나 방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형 원호씨는 답답한 마음에 수 차례 벨을 눌렀으나 반응이 없었다. 입에선 '어떻게 된 것 아니냐'는 외마디가 흘러나왔다.

동생 준호씨가 문을 연 것은 그로부터 2, 3분 후. 준호씨는 '형을 가다리다가 잠시 잠이 들었나보다. 정말 미안하다'며 가슴조린 형을 안심시켰다.

방 안으로 형을 안내한 동생 준호씨는 '밥은 잡쉈수'라고 다시 인사를 건넸고 형 준호씨는 '장군님의 배려로 동생을 만나게 돼 너무 기뻐 어젯밤은 술도 아니(안) 먹었다'라고 말했다.

동생 준호씨는 방을 가득 메운 남북의 취재진을 향해 '우리 형님이 나와 많이 닮았지요. 나이가 들어 머리는 세었지만 코도 똑같고...'라고 애정담긴 말을 건넸다.

형 원호씨는 '50년 동안 난(나는) 동생을 항상 그리워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장군님의 배려로 평화적으로 싸움없이 동생과 얘기할 수 있게 됐지 않나'라며 동생을 힘껏 껴안았다.

이에 동생은 형수 김춘경(70)씨를 쳐다보며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형을 지켜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원호씨의 아들(36)은 '장군님의 배려로 이렇게 삼촌을 만나게 돼 기쁩니다'라며 '아버지는 어제 삼촌이 말해 준 남쪽의 형제 등 가족들을 꼼꼼히 다시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형 원호씨는 이를 받아 '나이도 있고 해서 동생들이 몇이나 있었는지 잊어버렸다'고 했고, 동생 준호씨는 '워낙 식구가 방대하니 그럴 수도 있지요'라며 살며시 웃었다.

형 원호씨는 평양 구경을 제대로 못했다는 동생에게 '오늘은 시간을 내서 좀 돌아봐라'며 '저기 높고 길게 솟아있는 게 주체사상탑인데 수령님이 오랜 기간 나라를 세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소개했다. 동생은 '그래 그래야지요'라고 답했다.

6.25전쟁 때 헤어진지 50여년만에 다시 만난 두 형제는 이날 얘기 도중 내내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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