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현안을 포괄적으로 다루되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에서 밝힌 ▲북한 경제회복 지원 ▲이산가족 문제 ▲화해· 협력 및 신뢰회복 ▲당국간 대화 정례화 등을 의제로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북한 경제회복 지원과 이산가족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의 ‘총선후 북한 특수(특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으로서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보이겠지만, 나름의 원칙적 입장도 의제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민족의 화해·단합과 관련, 국가보안법 등 북한을 적(적)으로 규정해온 법적 장치들을 없애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외세와의 공조를 파기하고, 민족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의제는 준비접촉 과정에서 정해지겠지만, 북한측 태도에 따라 난관이 조성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30여년간 남북 당국간 회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의제 합의였다.

남북 고위급회담은 교류·협력 문제(남측)와 정치·군사 문제(북측) 어느 것을 먼저 다룰 것이냐는 것을 놓고 8차례나 씨름을 하다가, 두 가지 모두 의제로 채택하기로 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석하는 4자회담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긴장완화를 위한 제반 문제’라는 의제 합의를 위해 예비회담을 3차례 가졌다.

본회담도 6차례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의제 문제가 합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의제 문제로 소모적 힘겨루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한 당국자는 “정상회담은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으며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제를 정하지 않고 회담에 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94년 정상회담 추진 때도 구체적 의제를 정하지 않았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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