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과 현대건설이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남북 경제협력의 대표적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10일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은 정몽헌 회장 통할하에 있는 회사로, 정 회장의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주)현대아산의 지분을 각각 40%,20% 보유 중이다.

현대그룹이 대북 관련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데다, 금강산 관광선 사업과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에 이미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 이날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날 거래소시장에선 상선·무역·건설 계열사만 상한가를 기록했을 뿐, 현대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나머지 13개 상장 계열사의 주가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대북사업에서 얻는 수익=기존 금강상 관광사업에 국한하면 현대상선이 얻을 수 있는 몫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일단 지난 98년부터 금강산 크루즈선 관광사업을 통해 누적된 적자가 지금까지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남북간 해빙 무드로 연간 승선률이 70%를 넘어 흑자로 전환된다고 해도 금강산 관광사업의 매출 비중이 3% 선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영 실적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증권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신경제연구소 송재학 선임연구원은 “남북 경협이 활발해지면 해상 물동량 증가로 매출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 경협을 통해 이익을 내긴 힘들겠지만 증권시장에서의 이미지는 좋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금강산 개발사업을 비롯,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통천 경공업단지와 서해안공단조성사업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상태. 이들 사업이 본격화하면 장차 현대건설이 해당지역의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현대측은 말한다.

그러나 동양증권 이창근 애널리스트는 “장밋빛 전망이 만개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공사대금 지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대북사업에 뛰어들면 오늘의 호재가 내일의 악재로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업황은 크게 호전=현대상선의 주가는 지난 1월 중순부터 해운 경기가 좋아지면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왔다. 국내 해운업계의 컨테이너 선적률이 해운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95년 수준(76%)에 육박하고 성수기를 앞두고 다음달 운임을 대폭 올릴 예정이기 때문.

삼성증권 최재홍 수석연구원은 “주당순이익(PER) 규모가 지난해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북 경협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상승할 여지가 있는 종목”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대건설은 건설 경기가 점차 호전되고 있으나 막대한 차입금을 해결하지 못해 아직 주가가 액면가 이하를 맴돌고 있는 상황. 5조1618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부담으로 지난해 120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중순부터 국내 건설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1419억원의 세후순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공언한 상태. 하지만 전문가들은 “차입금을 해결하지 못하면 올해 순이익 규모는 예상을 훨씬 밑도는 330억원 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선우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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