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각지 주민들의 올해 설을 쇠는 모습은 어느 해보다 활기차다.

‘음력설을 양력설보다 크게 쇠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북한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조선민족제일주의’ 정신에 따라 각종 민속경기와설맞이 행사 등이 풍성하게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중앙방송은 22일 “온 나라 전체 인민들과 함께 평양시안의 근로자들도 기쁨과 즐거움을 안고 음력설을 맞이했다”며 “수도 평양의 거리는 명절일색으로 아름답게 단장됐다”고 전했다.

거리에는 인공기와 사회주의의 상징인 붉은기는 물론 ‘세배’라는 글귀나 깃발등이 내걸리고 건물이나 가로수 등에는 각종 조명장치가 설치돼 설 정취를 힘껏 돋워주고 있다.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 등 주요 공장과 기업소에서는 자체 민속경기와 민족음식 품평회를, 평양시 각 구역에서는 ’조선옷자랑’(한복 패션쇼), 민족음식경연대회등을 각각 열었다.

최저기온 영하 20도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학생들은 김일성광장과 주체사상탑, 전승광장 등 10여 곳에서 팽이치기와 연날리기, 제기차기, 줄넘기, 썰매타기 등의 민속놀이를 즐겼다.

남한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옥류관과 청류관, 평양면옥 등 대형 식당에서는 떡국,만둣국밥, 녹두전, 식혜 등 저마다 특색있는 전통음식을 뽐내고 있고 주요 거리의야외매대(가로 판매대)에는 구수한 군밤과 군고구마,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세배객과 행락객을 수송하기 위한 임시 궤도전차, 무궤도전차, 버스도 24일까지특별운행하며 22일에는 자정까지 두시간 연장 운행한다.

북한 주민들의 설을 쇠는 모습은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례를 지내고 친지와 이웃의 어른들을 찾아 세배를 하며 형편에 따라 떡과 약밥 등 설 음식을 준비해내놓는다.

그러나 가정마다 걸려있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에 먼저절하는 것은 우리에겐 낯선 풍경이다.

설 기간에 북한군, 내각 등 당.정.군 관계자들은 새벽부터 김일성 주석 시신이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이나 국립묘지 격인 대성산 혁명열사릉을 참배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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