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33개 개도국들이 참가하는 77 그룹(G77) 정상회담이 12일 쿠바 아바나에서 개최된다. 개도국간 경제 협력과 무역 확대 등 ‘남남 협력’을 모색해온 77 그룹의 정상회담은 지난 64년 창설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각료 회의와 11일 외무장관 회의에 이어, 12일부터 사흘간 계속될 아바나 회의에는 회원국 정상 65명과 미국 유럽 등 56개 선진국과 비회원 개도국 대표들도 참석한다.

아바나에 몰려들 VIP에는 주최국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외에,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및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북한도 김영남(김영남)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백남순(백남순) 외무상 등 24인 대표단을 파견했고, 한국도 게스트로 참석중이다.

이번 회의의 양대 의제는 개도국 부채 탕감과 세계 무역 증진. G77 정상들은 최근 아프리카·유럽 정상회담에서 거론했던 개도국 외채 탕감 문제를 재협의하는 한편 세계화에 따라 날로 커져가는 선진국·개도국 간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선진국의 시장 개방 확대와 개도국에 대한 투자확대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정상들은 또 유엔이 개도국의 세계화 지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각국 정상들은 14일 폐막에 앞서 서방 선진 8개국(G7 + 러시아)을 겨냥한 ‘아바나 선언’을 채택한다. 선언의 골자는 ▲개도국 외채 탕감과 투자 증진을 통한 남북 관계 개선 ▲개도국이 동참하는 세계화 ▲평화와 안정을 기반으로 한 개발 추진 ▲남남 협력 강화 등이다. 이와 함께 개도국에 대해 선진국과 같은 노동·환경 기준을 요구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내용도 포함될 전망이다.

아바나 회의는 최근 정체성 위기를 겪어온 G77이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0년대 말까지 ‘비동맹 노선’으로 단결했던 개도국들은 유엔의 ‘1국가 1표제’에 힘입어 상당한 외교 역량을 발휘해왔으나, 냉전 체제 와해와 세계화에 따라 국제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났다.

이와 관련,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은 “G77 회원국들이 이번 회의에서 북미나 유럽처럼 목소리와 행동을 통일할 것”을 주문했다.

/김성용기자 sy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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