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북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선 사회복지법인 이랜드복지재단의 정영일 사무국장./연합

"통일 후 북한 동포들이 우리에게 굶주리고 어려울 때 뭘 도와줬냐고 물으면 어떻게 합니까. 이념과 정치성 때문에 헐벗은 동포들에게 무관심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이랜드복지재단(이사장 이경준)의 정영일 사무국장은 최근 이 재단이 대북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미 7년전부터 대북지원 전문단체를 통해 소리없이 북한을 조금씩 지원해왔던 이랜드복지재단은 지난해부터 순이익의 10분의 1을 사회에 환원하고 그중 일부를 북한 어린이와 주민 돕기에 쓰기로 하면서 대북 지원을 본격화했다.

현재 재단은 사회 환원자금의 30% 정도를 대북지원에 활용, 각종 단체들을 통해 올해에만 21억원 어치를 지원했다.

정 사무국장은 "남북한 체제가 다른 만큼 직접 대북 지원에 나서기 보다 대북 지원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공신력있는 단체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을 돕는데 유익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랜드복지재단의 대북 지원은 주로 어린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특징.

먼저 남북나눔운동(회장 홍정길)을 통해 북한 어린이에게 필요한 의류 및 생활용품, 분유, 밀가루 등을 꾸준히 지원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올해 들어서만 5회에 걸쳐 15억원 상당의 아동의류 및 생활용품, 1억원 어치의 밀가루 200t과 분유 5t을 보냈으며 다음달에도 15억원 어치의 어린이용 의류와 생필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단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연해주에서의 감자생산은 고려인과 북한 주민을 모두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재단이 특별히 힘을 쏟고 있는 분야다.

소련 연방 해체이후 살길을 찾아 연해주로 대거 이주한 고려인들의 생활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해 농기구, 씨앗, 비료 등을 지원해 감자를 생산하고 그것을 시중가격으로 구매해 북한에 지원하는 것.

이미 이달 초 1억원 상당의 감자 1천500t을 사들여 열차로 북한에 보냈다.

재단은 또 영양결핍 아동들에게 우유를 공급하기 위해 이달 중순 굿네이버스를 통해 1억원 상당의 젖소 50마리를 평양 강동군 구빈리 축산 협동농장에 보내 이랜드 젖소목장을 설립했다.

어린이들에게 우유가 확실하게 공급되기 위해서는 유통기간이 긴 분유보다 우유가 낫다는 판단에 따라 젖소와 우유설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재단의 생각이다.

구빈리 협동농장에 의해 운영되는 이 목장은 하루에 500kg, 연간 125t의 우유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약 2천500명의 북한 어린이들이 매일 마실 수 있는 분량이라고 재단측은 설명했다.

재단은 목장 유지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와 사료들을 계속 지원하고 내년 상반기중 추가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재단은 이같은 지원이 북한의 뒤떨어진 낙농업과 축산업을 일으켜 세우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재단은 이와함께 대북의료지원 활동을 펴고 있는 유진벨을 통해 결핵환자를 위한 의약품과 외과수술용 의약품, 수술기구, 환자의 영양보충을 위한 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 사무국장은 "몇년간 대북지원을 해다 보니 북한의 변화도 자주 접하게 된다"며 "초기만 하더라도 지원된 의류에서 이랜드 상표나 영문 표기를 뗄 것을 요구하고 회색, 검정색 같은 어두운 색깔의 옷만 요구했었는데 최근에는 청바지나 영문자가 크게 쓰인 옷들만 빼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대북지원 계획과 관련, "북한이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 즉 잡은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리켜 자립 자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할 생각"이라며 "아직은 단독으로 지원할 준비도 안돼 있고 결정된 바도 없으므로 공신력 있는 대북지원 단체를 통해 꾸준히 북한 주민을 돕겠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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