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존스 회장이 밝힌 미기업 대표단 방북 무산 배경

북한은 미국 기업들의 대북 진출 문제를 미국 본사가 아닌 서울 지사가 전담하고 있는데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으며 최근 주한 미국 기업 대표단의 방북이 무산된 것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7개 주한 미 기업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에 갔다가 북한대사관의 비자 발급 거부로 되돌아 온 제프리 존스 주한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우리 대표단의 방북이 무산된 데는 북한이 평소 미국 기업들의 대북 진출 문제를 서울 지사들이 관할하는 데 대해 가져 온 불만과 우려가 다시금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존스 회장은 “지난 5월과 8월 방북 일정이 잡혔다가 돌연 연기되었던 속사정도 북한 당국의 이같은 입장 때문이었다”면서 “북한은 미국 기업들의 대북 투자 문제를 서울 지사가 전담하게 되면 북한이 경제적으로 남한의 영향 아래 들어 갈 수 있는 것으로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같은 자세에 대해 존스 회장은 “대북 진출 문제를 서울 지사가 전담하는 것은 미국 본사들이 대북 투자에 관심이 없는데다 북한에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북한측에 이야기 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방북을 위해 주한 미 상의는 북한측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었다. 북한 당국이 요구한 것은 두 가지, 주한 미 기업 대표단의 방북임에도 대표단 명칭에서 ‘주한’을 뺄 것과 한국 시민권자는 대표단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존스 회장은 “대표단의 공식 명칭이 미 연방 상의 대표단으로 둔갑하게 된 것이나 한국인으로서 중견 미 기업의 한국 지사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대표단에서 제외된 데는 이같은 사정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북한은 12월 들어 또 다른 요구를 해 왔다. 미 연방상의 관계자도 대표단에 들어가야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 5일 미 연방상의의 아시아 담당인 마이언 브릴리언트 씨를 부랴부랴 대표단에 포함시켰고, 그 결과 뉴욕의 북한 유엔대표부 이근 대사로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도 확정되었으니 9일 방북해도 좋다’는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고 존스 회장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베이징까지 간 미 기업 대표단에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존스 회장은 “황당하다”면서 “베이징에서 돌아온 뒤 이근 대사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으나 화를 억누를 수 없을 것 같아 참았다”고 말했다.

모토로라, 듀폰, 코닥, P&G 등으로 구성된 방북 대표단내에서는 “다시는 대표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도 나오지만 “그래도 북한이 자본주의 경험이 없어 그러는 것 같으니 다시 한번 해보자”는 의견도 많다고 존스 회장은 말했다.

/이교관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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