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59)씨의 사법처리와 관련, 검찰과 국정원은 송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끝난 뒤 기소하거나 법무부와 협의해 국외 추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될 경우 5년간 입국이 금지된다.

한 공안 당국 관계자는 5일 “국정원은 정치권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국외 추방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법무부를 통해야 하는 만큼 아직 공식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고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안 당국은 그동안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의 활동을 부인해온 송씨로부터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조문 방북 직전 북한측으로부터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사실을 직접 통보받았음을 시인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송 교수가 조사 과정에서 ‘94년 7월 김일성 장례식 당시 강의 등으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하자 북한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당 서열 23위인 김철수가 당신인데 그러면 곤란하다고 해서 북한에 갔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그러나 5일 이 문제와 관련된 성명서를 내고 “정치국 후보위원임을 통보받은 것이 아니라, 단지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장례위원에 포함돼 있으니 꼭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송씨는 앞으로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를 요구했으며,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이날 오전 주한 독일 대사관을 방문해 송씨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 및 접견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송씨의 혐의에 대해 공안 당국은 귀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 이한영씨로부터 92년 “서독에 노동당 후보위원 하나가 있다”는 진술을 처음 확보한 뒤, 베를린 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서기관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한 김경필씨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진술한 내용을 확보하면서 송씨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최근 “김경필씨는 송씨의 노동당 가입서를 받아 북에 보낸 인물로, 사본을 하나 가지고 있다가 미국 망명 후 그것을 CIA에 넘겼으며 이를 국정원이 확보해 놓고 있었다”며 “조사 과정에서 그 사본을 보여주고 송씨의 항복을 받아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송씨는 그러나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는 “73년 방북시 노동당 가입은 불가피한 통과의례였을 뿐이고, 그래서 국정원 조사에서도 내가 자발적으로 언급했다”고 해명했었다.

서울지검 공안1부는 6일 오전 10시 송씨를 재소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활동 여부와 북한으로부터 받은 15만달러 정도의 자금에 대해 공작금 여부와 사용처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 李陳錫기자 islan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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