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 성사를 위한 물밑 외교접촉이 시작된 가운데 북한이 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폐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전격 발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몇차례 재처리 완료를 공언했을 때와는 달리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하루 전인 지난 1일 북한 유엔총회 대표인 최수헌 외무성 부상이 뉴욕에서 "8천여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했고 이 연료봉의 용도를 전환했다"고 밝혔고, 4월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서도 리 근(李 根) 대표가 "핵재처리를 추진하고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의 발표 직후 외교.안보 관련 담당자들이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소집,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상황악화 조치를 취하지 말라'는 내용의 외교통상부 대변인 논평을 발표했다.

또 과거 북한이 재처리 완료를 언급했을 당시 정부는 "크립톤 85 가스 방출 등 징후가 포착되기때문에 핵 재처리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며 "일부 폐연료봉의 재처리가 이뤄졌을 뿐"이라고 대응했지만 이번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관련 자료를 수집, 평가할 것"이라고 이례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형태를 띠었기때문에 달리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 개인 차원의 언급이 아니라 북한의 공식적 입장으로 볼 수 있기때문이란 의미다.

북한은 이미 4월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외무성 대변인 답변 형식을 빌어 "폐연료봉의 재처리 작업이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던 만큼 당시 발표가 사실이었다면 재처리가 끝났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비밀장소에서 핵 재처리가 이뤄졌을 경우 탐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7월 '북한이 제 2의 핵재처리 시설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만약 북한의 재처리 완료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반도 정세는 다시 긴장상태로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이번 발표를 통해 "플루토늄을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용도를 변경했다"고 밝힌 대목은 이미 '핵무기 제조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심각성을 더 해주고 있다.

미국은 이를 명백한 '상황악화'로 규정, 2차 6자회담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취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핵 결의안 채택 추진 및 대북경수로 사업 중단 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북제재에 나설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한.미.일의 정보 판단 결과, 개연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이전의 유사 사례 때와 마찬가지로 6자회담 등 북핵 국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북한이 2차 6자회담에 응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면 2차회담 개최를 전제로 한 것이고 미국에 대해 '충격요법'을 쓸만큼 다급하다는 역설적인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그동안 북한과의 협상경험에서 북한 특유의 전술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실제 행동이 아닌 말 차원의 강경책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이 재처리 완료를 발표한 2일 최수헌 외무성 부상이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 문제를 대화와 회담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진력하겠다"며 2차회담 참여 의사를 내비친 점은 다소 희망적인 요인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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