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고국을 방문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2일 가족들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환영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趙寅元기자 join1@chosun.com

22일 오전 11시20분쯤 인천공항에 내린 송두율(宋斗律) 교수는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에 다소 지쳐 보였으나, 37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소감에 대해 “감개무량하다”는 표현을 계속 사용했다. 입국심사대에서 입국허가도장을 받은 여권을 보면서 “실감이 안 난다. 그동안 몇번이나 입국을 시도했는지 기억도 안난다”고 덧붙였다.

입국장을 나서기 전 짐을 찾으면서 그는 “떠날 때 한강에 다리가 1개였는데 지금은 몇 개나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송 교수는 입국 기자회견에서 “37년을 극복하는 데는 1초도 걸릴 수 있고, 그 시간이 1시간, 10시간이 될 수도 있다”며 “(독일) 집을 떠나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10시간이 개인사와 역사의 단면을 응축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앞으로 민족의 지성으로서 미력한 힘이나마 기회가 있다면 한국에서 강의도 맡아보고 싶고, 지구화·세계화 시대 한국의 현실에 대해 이 체류 기간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구상하는 상념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측은 “가급적 빨리 조사를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을 서울지검 공안1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교수측이 자진출두 입장을 밝히고 있어 지난 19일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집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 장소는 국정원 내부의 조사실이 아니라 국정원이 운영하는 안전가옥 등 제3의 장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와 관련, 국정원과 법무부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기소하지 않는 ‘공소보류’ 등 전향적인 처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시대가 달라졌다는 것이 송 교수 처리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항에 나온 주한 독일대사관 크리스티나 바인호프 서기관은 “송 교수가 독일인인 이상 송 교수 문제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집행되는지 앞으로 주시할 예정”이라며 “독일이 수사 문제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정당한 권리를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李衛栽기자 wj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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