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에 대한 최초의 학문적 분석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386세대(3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는 여전히 소외집단에 대한 부채의식이 강하고 열린 민족주의 성향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를 사회비판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원장 한상진ㆍ한상진)은 81년부터 89년까지 당시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교수의 과목을 수강한 학생 1200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생애에 대한 보고서 제출을 요청해 650명으로 부터 응답을 받았다. 그 중 설문지 응답이 충실한 621명이 분석대상이 됐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386세대 전체가 아니라 서울대 386세대에 대한 보고서라는 한계를 갖고 있기는 하다.

정문연 이완범교수는 386세대의 민족의식 형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80년대의 양대사건이라 할 수 있는 ‘80년 광주’와 ‘87년 6월’에 대해 386세대 안에서도 확연한 태도 차이를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37.35%가 ‘87년 6월’로부터, 33.84%가 ‘80년 광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고 80년대 초반 학번의 경우 23.18% 대 46.82%, 중반 학번은 36.84% 대 34.21%, 후반 학번은 59.06% 대 14.09%로 386세대 끼리도 큰 편차를 보였다.

대외개방성을 알아 보기 위한 질문 ‘품질이 좋고 값이 싸다면 외국상품을 사는 게 이득’(87.5%), ‘외국인과도 결혼할 수 있다’(82.5%), ‘일본문화도 과감히 수용하는 게 좋다’(76.3%)에 대해 적극적으로 답하면서도 ‘국내 기간산업은 국가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65.1%), ‘스크린쿼터는 반드시 필요’(67.3%),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해서는 안된다’(71.9%) 등으로, 다소 상충되는 답을 보였다. 이 결과는 전국 30대 평균보다 10% 이상씩 높은 것이다.

북한(91.1%)과 일본, 북한(89%)과 미국이 축구경기를 하면 응답자의 90% 정도가 북한을 응원하겠다고 답했다. 전국 평균은 각각 82%와 74%였다. 이같은 결과는 386세대가 김대중정부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강력한 지지세력이 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게 이완범교수의 분석이다.

정문연 은기수교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386세대의 의식을 분석했다. ‘다음과 같은 소외집단 사람을 친구나 이웃으로 삼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북한귀순자(60.8%), 장애인(55.8%), 외국인 노동자(48.6%), 심지어 공산주의자(39.4%)에 대해서까지 개방적 태도를 보였다. 전국 조사는 각각 40.1%, 43.7%, 31.2%, 4.4%였다. 반면 AIDS환자(7.8%)와 신흥종교 열광자(1.6%)에 대해서는 극도로 냉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밖의 다른 조사결과들도 7일 오후1시30분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정문연 주최 공개토론회 ‘386세대의 가치관과 21세기 한국’에서 발표될 예정. 그 자리에서 20대, 30대, 40대를 대표한 토론자들이 참여해 386세대의 의미와 한계에 관해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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