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사태를 다루는 과정에서 보여준 현 정부의 인내심은 놀랍기만 하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공식 행사가 한총련 시위로 난장판이 되고, 미군 사격훈련장 난입 사건으로 한·미 동맹관계까지 위협받게 됐다고 하는 데도 청와대측은 ‘한총련의 변화를 전제로 한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정권은 한총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헛된 꿈에서 하루빨리 깨어나라는 것이다. 그것이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지름길이다. 대법원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판결한 97년부터 지금까지, 수배학생과 그 가족들이 겪는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여러 차례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한총련은 그때마다 더욱 과격해진 투쟁으로 대답했다.

이제는 한총련의 본질을 분명히 밝혀내고, 그에 따른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한총련의 전신인 전대협 의장을 지낸 임종석 민주당 의원이 “89·90학번이 한총련 활동에 개입해서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89년이나 90년에 대학에 입학했다면 지금은 대개 30대 중반의 나이일 것이다. 사회에 진출해서 맹활약하고 있어야 할 나이에 캠퍼스 주변을 맴돌면서 어린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을 한총련으로 끌어들이고, 미군부대 같은 시위현장으로 내몰았다는 이야기다.

한총련은 졸업생들로 구성된 ‘조국통일위원회’ 같은 비밀 조직들이 좌지우지하며, 이들은 팩스·인터넷 통신을 통해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인 범청학련 북측 본부로부터 지침을 전달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 30대 중반의 운동가들이 하는 일은 학생운동이 아니라, 친북(親北) 노선에 입각한 시대착오적 혁명 활동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한총련에 대해 자기혁신을 요구하거나 ‘합법화’ 운운하기보다는 한총련의 과격 시위를 배후 조정해 온 세력들을 발본색원하는 게 옳은 일이다. 한총련 사태의 진정한 해법은 순진한 20대 학생들이 더 이상 자칭 혁명가연(然)하는 이들 30대 무직자(無職者)들의 검은 유혹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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