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적극적인 중재로 급진전 기미를 보이던 북핵문제 해결 행보가 북한의 `뜸 들이기'로 다소 지체되고 있다.

이달 12∼15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특사 방북에 이은 18∼19일 미국 방문으로 일각에서 8월초 북-미-중 다자회담 개최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북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핵문제 해결 행보가 주춤거리자, 일본 방문후 지난 27일부터 미국을 방문하려던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이와 관련, 다이 부부장의 방미 이후 중국의 특사가 북한을 다시 방문했는지 여부가 확인되고 있지는 않지만 다이 부부장의 방미 결과는 어떤 루트로든지 북측에 통보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가 8월 말을 시한으로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 확대다자회담을 수용할 것을 압박해오고 있는데다 전통 우방인 중국도 사실상 다자회담 수용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선택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신중론'이다.

중국의 중재로 사실상 양자대화인 북-미-중 3자회담의 장(場)이 마련됐다고는 하나 미국은 어디까지나 이를 (5자이상의) 확대다자회담으로 가기위한 징검다리 회담 정도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측이 이를 선뜻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북측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미-중 3자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위해 중국측과 충분한 조율기간을 가질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현 시기가 북한 지도부로선 국가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최대 기로일 것"이라면서 "북한도 이미 다자회담 수용을 여러차례 시사한 만큼 회담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절체절명의 목표인 체제보장과 경제제재 해소를 달성하기위해 장고(長考)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이 중단되면 94년 제네바합의가 사실상 파기되는 만큼 북한은 미국이 기술적인 이유로 제시한 경수로 사업 중단시점인 8월말 이전에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내부적인 사정때문에 입장표명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적어도 50주년이 되는 전승(戰勝) 기념일(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27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의 제 2기 개막을 알리는 제11기 대의원과 지방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8월3일)은 넘기고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그 것이다.

북한은 그간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대립을 내부 단결의 계기로 삼고, 6.25 전쟁 53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평양에서 100만명 군중대회를 개최했는 가 하면 전승기념일을 앞두고도 전국적으로 반미 분위기를 고조시켜왔다.

통일연구원 서재진 박사는 "북한은 그동안 핵문제와 관련, 대외적으로는 대화의지를 비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반미 항전의 목소리를 높여왔다"고 지적하고, "북한은 이러한 내부사정을 감안해 현재 타이밍을 고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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