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12~15일)을 계기로 북한 핵문제가 급속히 협상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다이 부부장은 북한 방문기간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과 회담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 북-중-미 3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한 뒤 다자회담을 진행토록 북측을 설득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다이 부부장과 어떤 핵 회담 형식에 의견 접근을 이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이 없으나, 다이 부부장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중 양국의 의견 조율이 이뤄지면 어떤 형태로든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북.미 양자회담을 고집해오다가 베이징 3자회담이 열린 지 1개월쯤인 지난 5월 24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전환을 전제로 '다자회담' 참여 가능성을 첫 시사했다.

이어 미국이 핵문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던 6월 중순엔 양자회담과 3자회담, 확대 다자회담 등을 '순서를 정해 다하자'는 전향적인 자세를 드러냈다.

핵 회담 형식과 관련해 베이징 3자회담 후 거의 한달 간격으로 유연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북한이 이번에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은 올 초부터 핵 회담 형식과 관련한 북한의 입장 변화 추이다.

▲외무성 대변인 기자회견(1.25) =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가장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조-미가 평등한 자세에서 직접회담을 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란 있을 수 없다. 핵문제를 국제화하려는 온갖 시도를 철저히 반대하며 이와 관련한 그 어떤 형태의 '다자회담'에도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신문 논평(2.8) = "핵문제는 우리와 미국 사이에 해결할 쌍무적 문제이다. 조-미 쌍방이 마주 앉아야 할 협상마당에 다른 나라들이 참가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외무성 대변인 기자회견(2.28) = "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도는 직접적 당사자들인 조선과 미국이 마주 앉아 협상하는 것이다"

▲노동신문 논평(3.18) = "조-미 회담을 하는 목적은 첫째도 둘째도 조선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고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자는데 있다. 조-미 직접 협상과 불가침조약 체결, 이것이 바로 예민한 조-미 현안 해결의 기본 열쇠로 된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5.24) = "미국이 진심으로 대 조선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회담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먼저 조-미 쌍무회담을 하고 계속해 미국이 제기하는 다자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통신 논평(5.31) = "미국이 대 조선정책을 전환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면 핵문제 해결에서 회담의 형식 같은 것은 크게 문제로 될 것이 없다. 우리는 먼저 조미 쌍무회담을 하고 계속해 미국이 제기하는 다자회담도 하자는 것이다"

▲외무성대변인 성명(6.18) =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절정에 달하고 다자회담 간판이 총포성 없는 전쟁을 가리우는 연막으로 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미국이 표방하는 그 어떤 다자회담에도 더 이상 기대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백남순 외무상 유엔안보리 의장에 서한(6.26) = "공화국 정부는 현재까지 당사국들과 유관국들 속에서 제의된 쌍무회담, 3자회담, 다자회담 등 모든 형식의 대화를 적절하게 순서를 정해 다하자는 입장이다. 지난 4월 베이징에서 3자회담이 한번 진행되었으므로 다음 번에는 조-미 쌍무회담을 진행하고 그 다음에 또다시 3자회담이나 보다 확대된 다자회담에로 넘어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우리는 간주하고 있다"

▲노동신문 논평(7.16) = "미국은 문제 해결의 순리에 맞게 조-미 쌍무회담을 선행시키면서 다자회담을 할 데 대한 우리 공화국의 신축성 있고 융통성 있는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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