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 정상회담 3주년에 맞춰 이뤄진 지난 14일의 남북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식을 지켜본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6·25 전쟁과 뒤이은 군사적·이념적 대치로 해서 반 세기 넘게 끊어졌던 철도가 다시 이어진 것은 남북관계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의 철도가 연결됐다고 해서 이 길을 따라 화해와 협력의 열차가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국민은 없다. 북핵(北核)이라는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남북화해 철도의 레일을 가로막은 모습이 누구의 눈에도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남과 북이 철도를 잇고 교류를 늘리려고 해도, 국제 사회 전체가 한 목소리로 ‘선(先) 북핵 해결’을 요구하는 한 남북 철도는 겉으로만 이어졌을 뿐 속으로는 끊겨있는 셈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또한 우리 내부에서조차 남북 정상회담과 그 후속사업을 놓고 극단적일 만큼 상반된 평가와 입장이 나오는 것도 원인을 따져 들어가면 그 중심에 북핵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전임 정부가 추진한 햇볕정책에 따라 남측으로부터 온갖 지원을 다 받았던 북한 정권이 뒤로는 몰래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다는 사실 앞에서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북이 철도연결식을 갖고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로 분주하던 바로 그 시각에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3국의 고위정책회의에서는 북핵 포기를 강도 높게 요구하는 발표가 나왔다. 이미 미·일은 구체적인 대북 압박에 착수한 상태이고, 우리 정부의 엉거주춤한 자세가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사회의 따돌림을 자초할 수도 있는 상황이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절실한 것은 정상회담에 대한 추억담이나 철도연결식 같은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다. 남북이 화해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을 함께 나누고, 북한이 그 믿음의 증거로서 핵포기를 세계에 선언하고 검증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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