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 리포트, M.T도 몰랐어요."
연세대 간호학과 3학년에 다니는 탈북 학생 김혜은(26.여)씨. 지난 2001년 10월 말께 한국 땅에 발을 내디딘 김씨는 1년반 전에 이 학교 3학년에 편입했지만 강의 내용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영어로 된 의학 전문용어는 커녕 `터프하다' `컨셉트' `리포트' 같은 친구들이 흔히 쓰는 단어조차 무슨 뜻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친구들과 대화가 잘 되지않아 움츠러드는 때가 많았다.

"북한에서는 영어 대신 러시아어를 배우기 때문에 기초적인 영어 단어외에는 잘 몰라서 무척 고생했어요. 한국에 온 뒤 학원에서 틈틈이 영어를 배우면서 간신히 학업을 따라가곤 있지만 영어논문을 읽고 써야하는 다음 학기가 정말 걱정이에요."
또 다른 탈북 학생인 정남(30.연세대 법학과 4년)씨는 "학점은 일찌감치 포기했다"면서 체념한 듯 말했다.

한국에 온지 6년이 넘었지만 영어와 한문으로 뒤섞인 전공과목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던 탓이다.

"북에서는 서로 돕고 배려하면서 공부했는데, 이 곳은 상대평가라서 그런지 학습 스타일이 너무 달라요. 자신보다 못한 친구들의 공부는 도와주지 않거든요."
이처럼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대부분 탈북 학생들이 남북간 언어차이와 영어 사용 등으로 학업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연세대가 최근 이들을 위해 `일대일 맞춤과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탈북 학생과 한국 학생을 일대일로 연결해주는 `독수리스위칭(switching) 프로그램'은 한국 학생들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교과목이나 영어, 국어 등을 가르쳐주면 탈북 학생들은 북한의 사회나 문화, 러시아어 등을 지도해주는 일종의 학습교환제도다.

현재 연대에 재학 중인 탈북 학생은 총 17명.

대학측은 최근 이들과 간담회를 갖고 학교 생활의 고충과 건의사항을 수렴한 끝에 이같은 프로그램을 고안해냈다.

지원자격도 제법 까다롭다. 한국 학생이 전공과목을 가르칠 경우 A학점 이상을 받아야 지원 가능하며, 한 학기에 16~20시간 이상 학습시간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

5∼6명씩 한조가 돼서 배우는 `독수리 튜터링(tutoring) 프로그램'도 마련돼있다.

연세대 교육개발센터 전명남 학습지원부장은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탈북 학생들은 심리적으로도 크게 위축돼 학업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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