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核) 리스크가 또다시 한국 경제를 뒤흔드는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 베이징(北京) 3자회담이 성사될 때만 해도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 전망이 보이는 듯했으나, 3자회담의 사실상 결렬과 북한의 핵보유 시인 보도로 또다시 불확실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라크 전쟁에 묻혀있던 북한핵 문제는 다시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주식·환율과 한국의 대외신인도·국가신용도 등에 엄청난 파급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융전문가들은 “북한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상황이 몇 달간 계속된다면 투자위축 외국인 철수 소비감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마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사스(SARS)로 타격을 받고 있는 주식시장은 이날 북한의 핵보유 시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25일 주가는 전날보다 21.72포인트(3.7%) 하락한 566.63을 기록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 부장은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된 만큼 앞으로의 주가전망은 지극히 불확실해졌다”고 밝혔다.

외국인들도 본격적으로 한국 관련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 1000억원이 넘는 대량 매도공세를 이어갔다. 리먼 브러더스 윤용철 상무는 “북핵 불안감으로 외국인들이 철저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당분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올 들어 북한 핵문제의 추이에 따라 출렁이던 환율은 이날 17.4원 상승하며 1237.8원을 기록, 북핵 리스크의 폭발력을 실감케 했다. 환율은 무디스가 북한핵 문제를 거론하며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했을 때 급등했으며(2월 1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보도(3월 12일)와 3자회담 보도(4월 16일) 등의 북한관련 주요뉴스가 나올 때마다 급등락을 거듭해왔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올 들어 환율이 출렁거릴 때는 반드시 북한핵 문제가 관련돼 있었다”면서 “환율에 대한 예측을 할 때는 북한에 물어보고 해야 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북한의 핵보유 시인 보도가 신용등급의 하락이나 국가부도 리스크 증가로 연결되면서 전체적으로 금융시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5월 중으로 예정했던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핵 문제가 흘러가는 양상에 따라서는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인텔의 반도체 공장 유치 등 대규모 투자건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북한의 핵보유 시인 파문은 미국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전개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더욱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핵 리스크에 대해 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이라크전이나 SK글로벌 분식회계에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며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면 우리 경제 전체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高鍾元기자 ko@chosun.com
/韓玧宰기자 yoonjae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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