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北京) 3자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2일 베이징 외교가는 북한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겸 군총정치국장의 행보에 주목했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측근으로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거물급 인사인 조 제1부위원장이 시기적으로 민감한 때에 베이징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방중 첫날인 21일 베이징의 8.1청사에서 궈보슝(郭伯雄)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차오강촨(曺剛川) 국방부장을 잇달아 만나 양국간 군사문제를 논의했다. 또 8.1청사앞 광장에서 거행된 환영식에도 참석, 중국인민해방군 육해공군 명예위병대를 사열했으며 궈보슝 부주석이 주최하는 환영연에도 참석했다.

특히 북한 방송이 그의 방중일정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어 관심을 끌었다.

3자회담이 시작되는 23일까지 중국에 체류할 그의 행보에 대해 외교소식통들은 "베이징 3자회담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일 위원장의 의중을 대변할 수 있는 조 제1부원장이 북한의 명운이 걸린 핵협상에 대해 모종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한 외교당국자는 "그가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직접적인 방법보다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채널을 동원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3자 회담의 중재역할을 맡게될 중국의 고위층과 협의를 통해 미국을 상대할 공동전략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3자 회담에서 미국측이 북핵 문제 뿐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문제 등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측과 사전 의견조율을 시도했을 수도 있다.

그는 지난 3월에도 지병 치료를 이유로 베이징의 인민해방군 309병원에 머물면서 중국군 지도부와 의견을 교환해왔기 때문에 군사현안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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