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한국을 배제한 채 미·북·중 3자 회담으로 출발하게 된 이유와 배경을 우리 국민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전·현 정부가 그동안 이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수모를 참아가면서 북한의 비위를 맞춰온 듯 이야기해 온 결과가 북한의 반대로 대화에 끼지도 못하는 이런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게 됐으니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또다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북한은 오직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남북관계를 다루고 있을 뿐이며, 남쪽의 일부 인사까지 박자를 맞췄던 이른바 ‘민족공조’도 그들의 계산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냉엄한 사실이다. 해묵은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은 꿈쩍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과정은 북한 체제는 물론 한반도 전반의 평화와 안보체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현안과 구상들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자리다.

여기에 정작 한국은 빠지고 북한과 미국은 협상 당사자로, 중국은 중재자로 참여하는 구도를 우리가 구경꾼처럼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노엽고 화나는 것을 지나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 원칙은 어떻게 됐으며, 이제 와서 당국자가 ‘미국과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이 주도적 위치가 아니다’는 말까지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정부는 우리가 대화 테이블에 앉지는 못하더라도 한·미공조와 남북대화를 통해 협상에 참가하는 것과 같은 위상을 확보할 수 있으며, 협상의 어느 단계에서는 한국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그러나 협상장 안과 밖의 발언권과 영향력이 같을 수 없고, 나중에 참여해도 대북지원의 부담만 떠맡게 될 것이 뻔하다. 결국 현 정부가 그토록 피하려고 했던 94년 북핵 해결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상황인 것이다.

국민 여론은 그동안 몇 번이고 북핵 해결이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여야 하며, 바람직한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외교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고 정부에 간절히 촉구하고 질타해 왔다. 정부가 스스로 ‘중재자’로 자처할 때부터 많은 국민들이 이런 결과를 우려해 그토록 정부를 나무라고 각성을 촉구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를 밝히고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국민들이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는가.

북핵문제는 해결 속도 못지않게 해결의 방향이 관건이다. 비록 뒤늦었지만 정부는 이제라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길을 여는 데 총력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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