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엊그제 “만일 미국이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對)조선 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는 대화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간 닫혀 있던 대화의 문을 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물론 정말 북한이 자신들의 핵문제를 다루는 국제대화에 나올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껏 북핵 문제가 ‘미·북 직접 대화’만을 고집하는 북한측 주장과, 다자(多者) 방식의 회담이라는 미국측 입장이 맞서 아예 대화의 마당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를 그냥 흘려 버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이번 발언에 담긴 작은 변화 가능성도 소홀히 다루지 말고, 가능하다면 ‘대화의 불씨’를 살릴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과의 대화가 열린다고 해서 당장 커다란 진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우선 대화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해법과 명약(名藥)을 갖고 있다고 한들 만나지도 않는 상황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과 본격적인 대화를 하기에 앞서 한·미 양국은 대화의 구조와 협상 방식 등에 관한 공통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있을 북핵 관련 다자 회담에는 한·미와 북한은 물론 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EU)까지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복잡한 국제적 게임의 양상을 띨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한·미 양국이 함께 중심을 잡을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선 양측이 공동전략은 물론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가동할 수 있는 공조체제를 갖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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