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실향민들 중 유명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이 많아졌다. 이들의 만남을 KBS, MBC, SBS 등 각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방영해 일반 국민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됐다.

98년 3월 가수 현미(63)씨는 함남 단천에 사는 여동생 길자(57)씨를 중국 창춘에서 48년 만에 극적으로 만났다. 현미씨는 서울에서 언니 화선씨와 오빠 명준씨, 여동생 명옥씨 등과 동행했다. 이들은 길자씨를 만나 사흘을 함께 보냈다. 8남매 중 셋째인 현미씨는 길자씨에게 “부모님이 1·4후퇴 때 월남하면서 여동생 두 명을 할머니집에 맡기는 바람에 이산가족이 됐다”며 “왜 너를 두고 왔는지 모르겠다”고 통곡했다.

한국우주항공연구소장 조경철(조경철·71) 박사는 작년 11월 평양 고려호텔에서 52년 만에 동생 경두(경두·66)씨를 만났다. 경두씨가 건네준 어머니 사진은 컴퓨터로 확대해 더 생생한 사진으로 만들었다.

조 박사는 “평양서 맘껏 울었다”며 “칠십 평생 그토록 눈물 흘렸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문열(이문열·52)씨는 작년 8월 북에 있는 아버지 이원철(84)씨와 상봉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지만 허탈한 심정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중국 옌지(연길) 호텔서 조선족 브로커에게 “노환으로 별세했다”는 비보를 듣고 대성통곡했다.

이문열씨는 98년 12월 조선족을 통해 부친의 편지를 받았다. 아버지 이씨는 “함북에 살고 있고 재혼해 5남매를 두고 있다”며 이문열씨 남매의 안부를 물어왔다. 이문열씨는 지난 87년 한 차례 편지를 받은 후 91년 북한을 방문한 재일동포를 통해 ‘함북 청진에 살고 있다’는 말만 전해들은 상태였다. 이씨는 작년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으로 편지를 보내 호소하기도 했다. /정병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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