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16일 “2000년 6월에 대북(對北) 경협사업 대가로 북한에 5억달러를 줬으며, 이것이 남북정상회담에도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대북송금은 정상회담과는 관계가 없다”는 지난 14일 김대중 대통령의 해명과는 달리, 5억달러에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대가성이 포함돼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현대상선이 보낸 2억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3억달러를 어떻게 조성해 어떤 경로로 북에 보냈는지, 왜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서둘러 송금했는지 등의 핵심적인 의문점들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14~16일 동해선 임시도로를 통한 금강산 시범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정 회장은 이날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콘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사업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상 정부 당국의 깊은 이해와 협조가 불가피했다”며 정부 고위층이 깊숙이 개입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현대가 대북사업의 단순한 독점자가 아니며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는) 방대한 경협 사업의 창구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남북정상회담 주선 여부에 대해 “대북사업 과정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북한과 우리 정부에 의사를 타진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청와대의 해명 내용을 되풀이했다. 그는 “정상회담 직전에 서둘러 북한에 돈을 보낸 것은 성공적인 대북사업 추진과 정상회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대북사업 독점권을 현대가 확보함에 따라 향후 남측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면서 “그동안 (북과의) 합의서를 공개하지 못한 것은 정상회담과 관련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대북사업에 관심을 보이던 일본·독일 등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의 마찰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정 회장은 또 대북사업의 정부 승인을 받지 않은 점과 관련, “북한과 정식으로 합의서를 체결한 뒤 정부에 사업내역을 보고했으나 파급효과가 너무 크므로 추후 구체적으로 진행될 때 사업승인서를 제출해달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고성(강원도)=金熙燮기자 fire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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