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땅에 인권의 빛을’이란 주제하의 제2차 북한 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에서 탈북자들이 증언한 북한 인권탄압 현황을 보면 지금이 대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지구상에 그처럼 혹독한 인권 사각지대가 남아있는가 하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번 회의가 지닌 보다 큰 의미는 그런 회의가 해를 거듭하면서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그 개선을 위해 조금씩이나마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미국, 프랑스, 독일 등 7개국에서 참석한 30여명의 인권운동가, 법학자, 언론인들은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을 폭로하는데 그치지 않고 중·장기 캠페인 계획을 수립해 이를 행동으로 옮길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서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북한 인권탄압 문제가 외국인들에 의해서는 그토록 적극적으로 조명되고 있는데,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우리의 시민사회가 왜 그에 대해 침묵하다시피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3월 ‘북한 인권개선 촉구 유럽지식인 성명’을 주도하는 등 북한인권 개선운동을 정력적으로 펼치고 있는 프랑스의 ‘사회평론’ 편집장 피에르 리굴로씨에 따르면 북한인권에 대한 유럽인들의 태도는 ‘분노의 감정’을 느낄 정도라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유럽인들은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한 ‘유럽 네트워크’를 만들어 그 이슈를 온세계에 적극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유럽 지식인들의 북한인권 개선 캠페인에서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서방국가들의 대북 외교관계 수립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경우 평양정권에 대해 반드시 ‘인권개선’의 조건을 달도록 주문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와 일부 견해에 따르면 모처럼 형성된 남·북 화해분위기로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어가는 상황에서 굳이 북한정권의 ‘아킬레스의 건’인 인권문제를 건드려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그러한 주장의 취지는 물론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인권이라는 것은 어떤 거창한 목표 달성을 위해 희생해도 좋은 ‘장식물’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북한 내부에서 비판이 불가능한데 외부에서마저 정치적 필요만 생각해 비판하지 않으면 북한인권이 어떻게 개선되겠느냐는 리굴로씨의 외침을 우리는 침통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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