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4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의 북핵 청문회에 출석,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의 현황과 미국의 핵확산 억제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민주 양당의원들은 4일 108대의회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북한 청문회에서 국무부의 리처드 아미티지(Armitage) 부장관과 제임스 켈리(Kelly)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출석시킨 가운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따졌다.

의원들의 초점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방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데 맞춰졌고, 아미티지 부장관은 북한의 핵 확산을 가장 우려하면서도, 북핵문제를 국제화의 틀 안에서 미·북 직접 대화를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는 12일 회의를 갖고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것”이라며 “그러면 지금까지의 이라크 문제와 비슷한 경로를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아미티지 부장관이 의원들과 나눈 일문일답 요지.

―북한과 이라크가 다른 점은?

“김정일은 핵무기 개발의 대가로 경제적 혜택을 바라고 있지만, 이라크는 협박하고 지배하고 공격하기를 바란다는 점이 다르다. 또 이라크 문제는 12년 동안이나 지속됐지만 북핵 문제는 불거진 지 아직 수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북한의 위협이 이라크의 위협보다 큰가?

“잠재적으로는 몰라도 현시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위기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수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아직 해결할 시간이 있다.”

―북한의 핵 보유가 일본의 핵무장을 야기할 가능성은?

“미국이 핵우산을 계속 제공하는 한 일본은 핵무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 확산 가능성이 더 큰 문제다.”

―한국의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은?

“한국은 최근 북한으로부터 퇴짜를 맞고(대북 특사가 김정일을 만나지 못한 것을 뜻하는 듯),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자기분석(soul-searching)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당황스런 일이다.”

―한국은 미국이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가?

“그들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해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고, 우리는 한달 전쯤 ‘국제적인 기반이 마련된 후 그렇게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

―북한은 불가침협정 체결을 원하는데….

“상원에서 그같은 협정이 통과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북한은 불가침 약속을 서류 형태로 해줘도 된다고 얘기하다가 협정을 원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한·미관계는 얼마나 손상됐는가? 치유할 수 있는가?

“분명히 치유할 수 있다. 한국에 반미정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세대변화가 한 요인이지만 발전한 한국은 이제 미국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장신(長身)들이 그들의 머리 위에서 농구하는 것에 싫증을 내고 있다. 앞으로 서로 조정해 나갈 일들이 많다.”

―주한미군의 장래는?

“미국 국방부가 철수라기보다는 미군을 재편하고 서울에서 조금 빠져나오는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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