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공동 검사단은 히로히토 일왕과 도조 히데키 총리 등 일본군 성(성)노예 가해자 8명을 인도(인도)에 반한 죄와 전쟁범죄로 기소하고, 국제 인도법 위반과 강제노동조약 위반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는다. ”

9명의 법률가로 구성된 남북한 합동 검사단은 8일 정오 도쿄(동경) 구단(구단)회관의 ‘2000년 일본군 성(성)노예전범 국제법정’에서 군대 위안부 운영에 관한 일본의 책임을 조목조목 거론하는 기소장을 읽어내려 갔다.

먼저 검찰석에 오른 박원순(박원순) 한국측 대표 검사는 “이 모임은 단순한 집회가 아니라 세계 각지의 피해국민과 국제 인권단체 이름으로 거행하는 재판”이라고 남북한 검사단의 입장을 설명했다.

박 검사는 “실체적 증거와 증언을 기초로 책임자 8명을 선정했다”며 ▲히로히토 ▲도조 히데키 ▲미나미 지로(조선 총독) ▲이타가키 세이시로(조선군 사령관) ▲오카무라 야스지(중국 파견군 사령관) ▲우메즈 요시지로(관동군 사령관) ▲안도 리키치(대만 총독) ▲마쓰야마 유조(버마 방면 56사단 사령관)을 한국측이 기소한 피고인으로 거명했다.

이어 북한측 대표인 홍선옥 ‘종군 위안부 태평양전쟁 보상 대책 위원회’ 위원장이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하나씩 들며 식민지배의 참혹함을 고발했다. 연단 옆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에는 북한 대표단이 가져온 사진과 영상이 차례로 흘러나왔다. 쓰러진 조선인에게 죽창을 찔러대는 일본군, 발가벗겨진 채 심문받는 젊은이들….

실제 고초를 겪었던 할머니들의 육성 증언도 이어졌다. ‘임신한 위안부 사진’의 주인공 박영심(박영심·78)씨는 몸이 불편해 영상 녹화로 “성 노리개가 되는 것을 거부하다 일본 병사가 휘두른 단검에 목을 다쳐 아직도 그 흉터가 남아 있다”고 증언했다. 이날 행사장 밖에서는 일본 우익차량 10여대가 주위를 맴돌며 요란한 스피커 방송으로 훼방을 놓았다. 일본 경찰은 수백명의 경찰을 동원해 주변을 경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특별한 충돌은 없었다.

가브리엘 커크 맥도널드 재판장은 개정(개정) 직후 “일본 정부에 재판을 공시하고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다”며 출석을 재차 요청했으나 결국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법정은 중국 필리핀 네덜란드 등 피해국 검사단의 기소와 증거 제출을 거친 뒤 12일 판결이 이뤄진다. /동경=권대열특파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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