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남북장관급회담이 끝난 24일 오전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남 정세현 통일부 장관(왼쪽)의 배웅을 받으며 북 김령성 단장이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연합

북한 핵 문제의 유엔안보리 조기 회부 움직임이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은 서울에서 열린 제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이날 오전 5시 40분 회담장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정세현 남측 수석대표와 김령성 북측 단장 등 양측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2차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 을 포함한 공동보도문을 서명, 교환한 뒤 공식 발표했다.

핵 문제와 관련, 공동보도문은 “핵 문제에 대하여 쌍방의 입장을 충분히 교환하였으며,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적극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담에서 남측은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하고 북측의 ‘보다진전된 태도’를 이끌어 내는데 주력했으나, 북측이 ‘핵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 핵 문제에 관해 진전된 합의를 찾는데는 실패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은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차질을 빚을수 있음을 지적하고, ▲빠른 시일내 핵개발 계획 포기 선언 ▲핵동결 해제조치 원상복구 ▲NPT(핵무기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 철회 등과 함께, 북한이 ‘핵무기 만들 의사가 없고 이를 검증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고 한 것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신뢰할만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실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북측은 ‘핵무기를 만들 의사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고 핵 문제는 북-미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봉조 회담대변인은 회담 종료후 브리핑을 통해 “핵 문제에 관한 남북의 입장과 시각이 달라 접점을 찾지 못했으나 평화적 해결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한 점은그나마 의미가 있다”며 “남북이 마주 앉아 핵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말과 해야될 말을 다했다”고 밝혔다.

남북은 또 6.15 공동선언을 계속 준수.이행해 나가기로 하고,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4차 회의를 오는 2월 11∼14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으며, 제10차 남북장관급회담을 4월 7∼10일 평양에서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

경의선.동해선 1단계 연결, 개성공단 착공식, 금강산 육로관광 등 3대 경협 현안 사업과 관련, 남측은 남북관리구역내 군사분계선(MDL) 통행 문제에 대한 북측의전향적 조치를 요청하며 현 정부 임기내인 2월중 구체적인 날짜를 공동보도문에 명시하자고 제의했으나, 북측의 소극적 태도로 구체적 일정을 잡지는 못했다.

이 회담대변인은 “MDL 통행문제에 대해서도 핵문제와 함께 충분히 문제를 제기했고 논의했다”며 “앞으로 군사실무접촉 등을 통해 MDL 통행문제가 조속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북측도 연구해서 호응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남북 양측은 회담 사흘째인 23일 오후 실무대표 접촉에 이어 수석대표 단독접촉까지 갖고 공동보도문에 담을 핵문제 관련 문안을 놓고 절충을 계속했으나, 양측의 입장이 맞서 24일 자정을 넘겨 접촉을 중단했다가 이날 오전 3시20분께 접촉을 재개하는 등 밤새 진통을 겪었다.

김 단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7시 50분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 호텔을 출발하며, 인천 국제공항에서 오전 10시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출국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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