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파이팅. ” 찬 공기만 감도는 태릉 실내링크에 ‘여전사’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쉭쉭”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을 지치는 선수들의 이마에선 구슬땀이 흐르고 온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지난달 중순 공식 출범한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감독 반종호·코치 신승안)의 ‘새내기’들이다. 지난 9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주최국의 체면’ 때문에 피겨나 쇼트트랙 출신 선수들로 급조한 대표팀이 있었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출범한 사실상 ‘1호’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이다.

‘남성 스포츠’라는 국내의 인식 탓에 선수들의 면면도 고등학생·대학생·직장인 등 가지각색이다. 전체인원은 14명. 여고생만 5명이다.

가장 실력이 뛰어난 선수는 북한에서 12세 때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황보영(24). 그녀는 20세 때 부모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작년에 한국에 들어왔다. 북한에서는 김책제철소체육단에서 뛰며 국가대표까지 지냈다. 황보영은 “내년부터 세계선수권B풀에서 뛰게 된 북한에는 여자선수만 100명이 넘는다”며 “여자아이스하키가 스포츠 남북교류에서 다른 종목보다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도 초단이라는 막내 이규선(16·양명여고 1년)은 “빙판에서 땀을 쏟고 난 뒤의 쾌감은 더없이 상쾌하다”고 했다.

대표팀의 연습은 밤 10시나 돼야 끝난다. 샤워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곤 하지만 이들은 그래도 지금이 행복하다. 부족한 예산 속에 그나마 ‘40일’ 예정으로 훈련장을 빌렸지만 그 후로는 막막하다.

반종호 감독은 “2010년 동계올림픽 주최국이 되려면 적어도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은 있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장기적인 육성 계획을 마련중”이라며 “내년부터는 초등학생들의 리틀리그에 참가해 실전기량을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정훈기자 donju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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