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국전쟁 중 실종된 뒤 사망신고로 남한 호적에서 삭제됐다 최근 북에서 생존해 있는 것이 확인된 북한 주민의 호적을 처음으로 되살려줬다.

서울가정법원(원장 이융웅·이융웅)은 7일 “생존이 확인된 북의 동생을 호적에 다시 실어달라”며 남한의 형 김재환(69)씨가 낸 호적정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형은 한국전쟁 중 실종된 동생 재호(65)씨에 대해 70년대 사망신고를 했지만, 지난 7월 북측이 보내온 ‘1차 이산가족 상봉 희망자 명단’에서 동생의 이름을 확인한 뒤 호적정정 신청을 냈었다.

이융웅 원장은 “이들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있었던 2차 이산가족 상봉때 만나 생존사실이 확인됐다”며 “사망 신고된 사람이 살아있는 것이 확인된 이상 호적을 되살려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유사한 처지에 놓인 이산가족의 호적정정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행법상 금지된 중혼(중혼) 및 상속문제 등이 함께 불거질 것으로 보여 특별법 제정 등 법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우리 헌법이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북에 거주하는 주민이라고 하더라도 생존이 확인되면 제적 이전의 호적을 되살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사망이나 실종신고로 호적에서 지워진 사람의 생존이 확인된 경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한 호적에 실려있다 삭제된 북한 가족의 호적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북한 가족의 생존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등을 관할 법원에 제출해 확인절차를 받으면 된다.

그러나 호적정정은 남한에 호적이 이미 있던 북한 주민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북한 주민이 새롭게 남한 호적을 취득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호적법상 호적을 새로 취득하려면 본인이 직접 신청을 해야 하는데, 북한 주민은 우리나라에서 법률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속 문제의 경우, 예를 들어 남한의 아버지가 남한의 큰 아들과 북한의 작은 아들에게 반반씩 재산을 상속했다고 하더라도 북의 아들은 현 체제가 유지되는 이상 이 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 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남북 교류가 높은 수준에 이르지 않는 이상 북한 주민이 남한 재산을 상속받더라도 남북간의 개인 소유권 인정 문제 등이 달라 현실적인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우상기자 imagine@chosun.com

호적정정 신청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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