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은 변화는 있겠지만, 급진적인 굴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평양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약속들을 받아낸 대가로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지불했다는 점을 거듭 비판해왔다. 최근에도 공화당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에 건설하려는 경수로 원전을 포기하고 일반적인 발전소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부시의 승리는 공화당 온건파의 승리이다. 그의 참모들은 급진적이지 않으며 우방국과 협의해서 아시아 정책의 방향을 잡으려는 편이다.

KEDO 정책과 관련해서도 일방적인 정책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KEDO는 한국·일본·유럽연합(EU), 그리고 미국 사이의 국제적 합의로 생겨났다. 현재 상·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원들은 그들이 아무리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다 해도 KEDO 자체를 무너뜨리지는 않았다. 부시 정권은 KEDO의 진로에 대해 변화를 모색하기는 하겠지만 이미 정해진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약속을 어기지 않는 한 북한과의 대화 역시 지속될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거는 기대는 낮지만, 한국과 다른 이해당사국들이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간다면 굳이 평양과 모든 관계를 끊으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미·북 관계의 개선은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약간의 궤도수정이 가해질 전망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전 세계적인 감축을 요구하는 조약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이 정책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중국 등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에, 미국의 NMD체제에 대해 깊은 의심이 팽배해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나 중국이 지닌 위협의 국지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NMD 구축 등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적인 수단 마련에 힘을 쏟을 것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들이 새로운 행정부의 출범에 맞추어 일어나지는 않는다. 세계적 사건들이 미국의 선거 일정에 맞춰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당초 구 소련과의 협력 체제에서, 트루먼 행정부 시절 소련의 유럽 및 아시아에서의 자극적인 행동으로 인해 냉전체제로 옮겨갔다. 데탕트를 포기하고 좀더 공격적인 대(대)소련 정책, 예를 들면 소련과 동유럽의 반체제인사들을 지원하고 아프가니스탄의 반소 세력들을 무장시키며 미 국방예산을 증액하는 등의 정책으로 이전해가는 데 있어 몇몇 중요한 조치들은 카터 행정부 시절에 일어났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트루먼 대통령이나 카터 대통령은 미국의 대외전략을 변경시키는 과정을 밟게 됐다. 트루먼 대통령은 아마도 1950년 6월 25일까지 한국에 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트루먼 대통령의 조치를, 이후 50년간 미국의 대한(대한)정책 기조를 이루는 것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위기가 발생한다면 미국의 대한정책은 급격히 변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우방들과 합의를 이끌어내려 할 것이다. 아마도 한·미·일의 군사적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데 좀더 주안점을 두게 될 것이다.

새 행정부의 출범은 한국이 미국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제공한다. 미국의 변화는 한국 정부와 관료들에게 새로운 사고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이 한국 정부와 관리들에게는 미국쪽에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좋은 시간이며, 오직 ‘빅 파워(big powers)’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관리들에게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상 핵심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로버트 두자릭 /미국 허드슨연구소 연구원

/정리=박돈규기자 coeu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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