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리는 북한 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에 프랑스에선 피에르 리굴로 ‘사회사 평론’ 편집장과 마리 홀츠만 ‘중국연대(연대)’ 회장 등 2명의 인권문제 전문가가 참석한다. 리굴로 편집장은 1998년 ‘공산주의 흑서(흑서)’를 펴낸 데 이어 작년 3월 ‘북한 인권개선 촉구 유럽 지식인 성명’을 주도하는 등 북한 인권개선 운동을 정력적으로 펼쳐왔으며, 홀츠만 회장은 원래 중국 인권문제에 관해 활동해 오다가 최근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들을 통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유럽인들의 시각을 알아 본다. /편집자

피에르 리굴로 ‘사회사 평론’ 편집장은 7일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화해무드가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북한 내부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를 외면해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평소 “인도적 대북(대북) 지원에도 반드시 ‘인권개선’ 등의 조건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작년 12월 1차 회의 이후 개인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

“북한 주민들을 인도적으로 돕기 위한 조직 설립에 노력해왔다. 활동 목표는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한) 유럽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북한 실상을 알리는 것이다. 또 유럽 기자들에게도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리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아직은 시작 단계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0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북한과 수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도 그것을 바라지만, 그 대가로 북한도 인권상황 개선, 안보문제 등에 대해 약속을 해야 한다. 이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 주민들과 탈북자의 인권상황에 변화가 있나?

“아무런 변화가 없다. 탈북자 숫자가 늘었는지 줄었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북한 체제 비판에는 정확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이는 소련 수용소에 관한 책을 쓰면서 느낀 것인데, 수용소에 대한 과장된 정보가 (수용소 내 인권침해까지도 진실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게 해) 수용소 내 인권상황에 대한 비판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자유를 박탈하고 인권을 침해한다고 해서 부풀려 이야기해선 안된다. 정확한 설문조사가 있으면 우리 운동이 힘을 얻을 것이다. ”

―유럽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나?

“관심의 수준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북한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분노의 감정’을 느낄 정도로 점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가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아 아프리카의 기아(기아)처럼 시각적 효과를 주기 어렵다. 또 북한의 뒤에는 중국이 있어 쉽게 국제적 여론으로 확산되기 어렵다. ”

―왜 대북(대북)지원 때 인권개선을 함께 요구해야 하는가?

“이는 프랑스 비정부기구(NGO)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국경없는 의사회’가 평양에서 자발적으로 나온 것도 지원식량의 분배 투명성 확인 작업을 북측 당국이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되면 지원식량을 전용(전용)할 우려가 있다. 이럴 경우 굶주림은 악순환될 수 있기 때문에 인권개선을 함께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자극하지 말자는 여론이 있는데.

“화해 무드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 내부상황도 봐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지은 미소만이 전부인 것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만약 ‘안티(Anti·반)노벨평화상’이 있다면 김정일이 받을 것이다. 국제적 여론으로 김정일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제대로 비판을 못하는데 외부에서마저 화해 무드만 생각해 비판하지 않으면 북한 인권이 어떻게 개선되겠는가.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사진=전기병기자 gib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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