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등장 이후 미국 내에서 한·미관계를 걱정하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은 우리의 국익을 감안할 때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이런 우려들은 대개의 경우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확대재생산 되기 일쑤이고, 자칫하면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미국 내 분위기는 우선 노 당선자가 상대적으로 낯선 인물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지난 연말 미국 유력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노 당선자의 얼굴 커리커처를 잘못 실은 데 이어, 어제 LA타임스는 노 당선자를 북한 대통령으로 오기(誤記)했다. 실수라곤 하지만, 그만큼 노 당선자가 미국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노 당선자를 바라보는 미국 내 우려섞인 시각을 반전시키려면 나름대로의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노 당선자의 미국 관련 발언은 주로 ‘민족적 자존심과 당당함’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마도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미관계가 수평적이지 못했다는 체험적 판단에서 나온 말들이겠지만, 이젠 이같은 언급을 할 때도 그 파장까지 고려하는 정제된 외교적 안목이 요구된다. 외교관계에서 ‘대통령’의 말이 갖는 무게가 워낙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제문제를 다룰 때 자존심 같은 감성적 측면뿐 아니라 국익이라는 실리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된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개인적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미국, 그리고 부시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모두 국익과 관계돼 있다.

우리의 안보와 경제·대외관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최근 북핵 위기 등을 감안한다면 미국에 대한 노 당선자의 전략적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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